지난달 25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로 불리는 조 후보자의 가족 관련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한 27일,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온 탄식이다. 조 후보자는 장관직에 오르면 윤 총장을 포함한 검찰 조직 전체를 지휘 감독하고, 인사권을 행사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고강도 공개수사에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아무리 평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윤 총장이지만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시점에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수사에 나선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윤석열의 검찰, ‘문재인의 페르소나’ 수사
검찰은 조 후보자 가족의 사학재단 위법 운영 의혹,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연일 제기된 의혹 전반을 주시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해 놓고, 외관상 일반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같은 페인트 모션(속임동작)을 취했지만 내부적으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 검사를 투입해 관련 의혹을 내사했다.
특히 지난주 조 후보자의 딸이 의학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되고 이 논문이 대학 입시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본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기류 변화가 생겼다. 여기에 사모펀드 투자 업체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까지 포착되자 검찰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윤리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경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현 정부는 특히 ‘도덕성’을 기반으로 출범한 정권인데, 조 후보자 스스로가 가져온 의혹들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수사를 미적거렸다가는 검찰 역시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내부 논리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있는 권력을 못 건드린다”는 지적을 받으면 윤 총장 자신도 거취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이 눈치만 보는 건 ‘윤석열의 검찰’과 ‘과거의 검찰’이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윤 총장의 결단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이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현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개헌안 설명 등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인 조 후보자더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주에 “당장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수사를 ‘하기로’ 결정되자 수사는 그야말로 급속도로 전개됐다. 인사청문회 이후나 법무부 장관 취임 후로 수사 시점을 정하게 되면 오히려 지금 당장 수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현 시점을 최고의 타이밍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 법원, 검찰의 압수영장 대부분 발부
3, 4일 전부터 검찰이 준비해 26일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은 100%에 가깝게 발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안의 성격을 감안해 법무부를 통해 압수수색 집행 직후에야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위해 이동하다 차 안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향후 수사 강도는 ‘면죄부 수사’가 아닌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고 신속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야권 일각에서 ‘면죄부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는 ‘윤석열 검찰’의 생리를 모르는 정치권의 상상에 불과하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고, 그게 정권 핵심이든 아니든 수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 후보자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과 현 여권의 밀월관계도 결별 수순에 이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 정부 집권 후 검찰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前), 전전(前前)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적폐’ 수사를 거치며 형성된 검찰과 현 여권의 우호적 관계가 조 후보자 사건을 계기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본격 수사할 때가 된 점도 이런 해석을 더하는 요소다.
동시에 검찰의 조 후보자 수사 착수가 장기적으론 현 정부와 여권에 도움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후보자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공분이 여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검찰이 선제 수사를 통해 ‘미리 매를 맞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뒤 수사가 진행되고, 조 후보자의 친인척 등 수사 대상이 하나둘 검찰에 불려나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경우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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