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미국에서 두 달간 받은 교육이 창업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정 대표는 “좋은 기술이 있으면 창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실제 고객을 만나 니즈를 확인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드론에서 자율주행차용 라이다로 바꾸는 등 사업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 대표는 같은 연구실 박사과정 동료 3명과 함께 ‘SOS 랩’ 설립에 나섰고, 현재 미국 현지 최고재무관리자(CFO)를 포함해 정직원만 14명이 근무하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여해 제품을 선보였다. 그는 “비슷한 외국기업 20여 곳의 제품을 비교했는데, 기술력 면에서 자신을 가져도 좋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미국 중국 등 큰 시장을 향한 행보를 시작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실험실 창업이 아직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활발하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학생 수가 1만6000여 명으로 서울대(2만8000여 명)의 60%가 채 안 되지만, 창업기업이 서울대의 30배가 넘는 4만 개에 이른다. 실험실 창업에 나선 스탠퍼드대 졸업생으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500만 개로 추정된다.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의 창업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정착된 점도 실험실 창업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창업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빅데이터 기반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만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사는 스탠퍼드대 동문이 만든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직원 수가 2000명에 기업 가치는 24조 원에 이른다. 미국 보스턴 인근의 터프츠대 교수팀이 1998년 설립한 일루미나는 게놈 해독 분야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100만 원 게놈’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일루미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펴내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2010년 이후 50대 혁신기업으로 여섯 번이나 선정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일루미나는 창사 20년 만에 고용 5500명을 창출했고, 기업 가치 25조 원을 달성했다.


그나마 극소수 있는 창업도 주로 기술보다 아이디어를 이용한 창업(앱 개발 등)에 집중돼 있어 다양성이 부족한 편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순수기술 기반 창업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미국 등에서는 이공계 대학원생이 실험실 창업 일등공신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들이 창업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2016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공계 대학원생 가운데 창업 의향을 지닌 사람의 비율은 8.1%에 불과하다. 학부생이나 이공계 외 전공 대학원생보다 오히려 낮다.

아이코어는 올해도 이어진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까지 약 60개의 실험실 창업탐색팀을 발굴해 육성할 계획이다. 참여하는 실험실 창업탐색팀은 4000만∼7000만 원의 창업지원비를 지원받는다. 또 이 프로그램의 ‘핵심’인 미국과학재단(NSF)의 아이코어 교육을 통해 잠재고객 인터뷰, 창업 아이템 개발 등의 교육을 받고,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 기회도 얻는다. 올해부터는 ‘투자연계형 공공기술사업화기업 성장지원사업’을 통해 창업 이후 지속적인 시장 진출 역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연구성과정책관은 “대학과 출연연의 실험실 기술이 창업을 통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씨앗이 됐으면 한다”며 “청년 연구원의 창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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