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북한에서 이산가족은 대다수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된다. 고향이 남쪽이고, 혈육이 남한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핵심 계층이 아닌, 언젠가는 변절할 수 있는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남한 출신은 노동당이나 국가보위성 같은 핵심 권력 기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남한 출신 주민 대다수는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쓴 채 광산 등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평생 감시 속에 살고 있다. 얼굴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남한 출신 북한 주민들을 말끔한 남한의 형제들과 마주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초기 이산가족 상봉 때에는 교수나 예술인 등 내세울 만한 남한 출신들을 내보냈지만 이제 ‘잘나가는’ 사람들은 바닥난 상태다.
두 번째 이유는 평균 수명이 긴 남쪽과 달리 북한은 수명이 짧은 데다 상봉 대상자인 남한 출신은 육체적 학대를 받는 직업이 많아 일찍 세상을 뜬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상봉 후보군이 적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시 서로 건넬 수 있는 현금 액수를 500달러로 제한했다. 남쪽 가족에게서 받은 돈 중 250달러 정도는 당국이 평양에 체류할 때 머문 호텔 비용, 옷값, 남쪽 가족에게 건넨 선물 값 등으로 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50달러와 선물은 집에 갖고 갈 수 있지만 지방의 노동당 간부나 보안원 등이 “내 덕분에 상봉에 나갈 수 있었다”며 대다수 뜯어갔다고 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