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국민 징벌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6-08-06 00:00수정 2016-08-0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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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속에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마음 놓고 못 켠다는 가정이 적지 않다. 평소 300kWh의 전기를 사용해 4만 원 정도의 요금을 내던 집에서 하루 3시간 에어컨을 틀면 12만 원을 내야 한다. 전기 사용량은 510kWh로 2배가 좀 안 되지만 요금은 3배다. 조금만 더 틀어 사용량이 600kWh가 되면 무려 20만 원으로 뛴다. 현행 전기요금이 100kWh 단위로 누진요금이 적용되는 6단계 누진제여서다. 한 달 전력 사용량이 100kWh 이하인 1단계라면 kWh당 60.7원을 내지만 500kWh를 초과하는 6단계라면 kWh당 709.5원(11.7배)을 내는 징벌적 구조다.

이런 가정용 누진체계는 kWh당 81원인 산업용이나 105.7원인 상업용의 단일요금 체계보다 대체로 불리하다. 가정용 전기는 2단계 요금만 돼도 kWh당 125.9원으로 산업용이나 상업용 단가보다 비싸진다. 국내 가구 10곳 중 7곳이 가정용 2∼4단계인 만큼 중산층 이하 가구 대부분이 기업이나 자영업자보다 높은 요금을 내는 셈이다.

가정요금만 누진제가 된 것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국민이 절약운동을 해서 산업체에 싼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전기를 많이 쓰는 쪽에 높은 요금을 매겨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용(52%)과 자영업자(32%)가 더 많이 전기를 쓰고 가정용은 13%에 불과하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전기요금체계는 거꾸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누진제를 흔들면 수요 관리에 영향을 미치고 누군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이 단일요금체계를 채택하고 있고 누진체계인 미국 일본 중국도 최저와 최고 구간의 격차가 2배 미만인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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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사업 육성을 위해 전기료 수입을 줄이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는 연간 1조 원씩 전기료 혜택을 주면서 가정에 과도한 부담을 안기다가는 당장 다음 달 전기요금 고지서와 함께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지 모른다. 국민안전처가 폭염경보를 내면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마당에 국민은 눈 뜨고 전기요금 폭탄을 감수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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