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툭하면 “모여”… 회의가 취미인가요

입력 2015-10-06 03:00업데이트 2015-10-06 05:0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189>회사 안의 ‘시간 좀도둑’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중견기업인 A사의 박현석(가명·45) 부장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취미가 회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본인이 회사 임원에게 업무 지적을 받아도 회의를 소집하는 등 수시로 사전 통보 없이 “5분 뒤 회의”를 외친다. 박 부장의 말에 부하 직원들은 “또 시작했다”며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부하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회의의 뚜렷한 주제나 목적이 없다는 점이다. 회의 주제도 즉석으로 정해 담당자가 관련 자료라도 복사해 돌리면 10여 분, 커피 한 잔씩 돌리면 5분, 잡담 10분씩 하면 정작 회의는 20∼30분밖에 못한다. 결국 ‘서면 보고로 대처’라는 말로 대충 회의가 끝나는 게 다반사다. A사의 김모 대리는 “말이 좋아 ‘브레인스토밍’이지 목적도 효과도 거의 제로”라고 꼬집었다.

국내의 많은 직장인들은 ‘한국식 회의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직장 내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13년 직장인 43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직장인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시간 좀도둑’ 같은 회의문화를 꼽은 이들이 응답자의 절반(50.8%)에 달했다. 이들은 업무상 회의는 필요하지만 사전 준비도 없는 회의만을 위한 회의가 너무 많다고 불평했다.

늦은 업무 피드백도 ‘시간 잡아먹기’의 한 사례다. 중견기업 B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경쟁업체에 비해 업무 시스템이 체계적인 것처럼 보인다. 면대면 보고 대신 사내 전산시스템을 통해 결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하지만 시스템상으로 처리되는 결재는 시간을 무한정 끄는 애물단지가 됐다. 이 회사의 김모 과장은 “업무에 소요되는 경비를 결재받기 위해 시스템상으로 담당자 4명에게 보고를 하지만 중간에 누군가가 결재하지 않으면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담당자들은 결재가 이뤄지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지만 결재권자들은 ‘바빠서’ 혹은 ‘좀 더 생각해야 한다’며 아무런 피드백을 하지 않는 사례가 태반이다. 김 과장은 “결재가 지연되면 누군가 체크하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의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어도 상관없다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