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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의도적 도용? 단순한 차용?

입력 2015-10-06 03:00업데이트 2015-1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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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품대전 대통령상 작품, 다른 대회 수상작과 유사하다는데…
지난달 ‘제4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향의 여운’(왼쪽 사진)과 지난해 ‘제13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에서 특선된 ‘나전갈대문양접시’. 두 작품은 모두 자개를 얇게 끊어서 붙이는 ‘끊음질’ 기법으로 갈대 군락을 표현했다. 중소기업청 제공·김상실 씨 제공
공예작품 두 점이 있다. 하나는 장왕기 씨의 ‘나전갈대문양접시’이고 다른 작품은 이민영 유남권 씨가 함께 만든 ‘향의 여운’이다.

표면에는 섬세하게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 문양이 들어가 있다. 마치 산자락에 넓게 퍼진 갈대 군락처럼 보인다. 이는 자개(조개껍데기를 잘게 썰어낸 조각)를 얇게 끊어서 붙이는 ‘끊음질’이라는 기법을 활용해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두 작품을 두고 최근 공예업계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두 작품의 표현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잡음은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제4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본선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향의 여운은 대한민국공예품대전 본선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중기청은 선정 이유로 “은행나무 접시와 컵 위에 지리산 자락의 갈대를 나전끊음질로 표현해 옻칠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공예업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향의 여운이 지난해 열린 ‘제13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에서 특선된 나전갈대문양접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현재 인천의 한 호텔에 상설 전시돼 있다.

대한민국공예품대전은 개최 요강에서 △국내외에서 이미 전시·공지됐거나 상품화된 제품 또는 그 모방품 △다른 유사 공모전에 출품해 입선 이상 수상한 작품은 출품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김상실 공예가는 “두 작품은 끊음질을 통해 갈대를 표현한 것이나 크기 등이 비슷하다”며 “유사한 작품이 다른 공모전에서 입상해 판매됐다는 점에서 향의 여운의 대상 수상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작품과 관련된 이들은 “흠집 내기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두 작품에 표현된 지리산 갈대 문양은 전라북도무형문화재 13호인 박강용 옻칠장이 수년간 연마해온 것이다. 장 씨는 박 씨의 이수자이며, 유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박 씨의 작업장을 찾아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박 씨는 “집을 짓는 사람이 있으면 칠하는 이도 있듯이 작품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에 따라 다양한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하나의 제작 방식이고 관례인데 단순히 작품이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작품에 대한 잡음은 공예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은 “공예품대전은 기성 작품을 차용한 것보다는 새로운 디자인을 내세운 신진 작가들이 경쟁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공예품대전을 주최한 중기청은 별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고려청자의 경우 겉보기에 유사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품이라고 하지 않듯이 두 작품도 마찬가지”라며 “심사위원단에 문의한 결과 두 작품은 문양이 조금씩 다르고 크기에도 차이가 있어 ‘향의 여운’은 출품제한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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