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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설

[사설]反기업 정서 자초하는 대한항공 오너 3세의 ‘공주 甲질’

입력 2014-12-09 03:00업데이트 2014-12-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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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 잘못을 이유로 여객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미국 뉴욕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대한항공 1등석에 타고 있던 그는 승무원이 견과류를 서비스하면서 기내 서비스 매뉴얼에 맞춰 하지 못한다고 화를 냈다. 이어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항공기를 후진하라고 지시해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출발 시간이 20여 분 늦어졌고 해당 항공기는 기내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무장이 타지 않은 채 운항됐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맏딸인 조 부사장의 ‘갑질’은 재벌 3세의 특권의식과 안하무인의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가 부사장으로서 승무원의 잘못된 서비스를 보고 나무랄 수는 있다. 그러나 항공법은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은 기장이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다가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는 ‘램프 리턴’은 기체에 심각한 고장이 났거나 승객들의 안전에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취하는 조치다. 조 부사장은 승객의 한 사람으로서 기내 규칙을 지켜야 했음에도 월권을 했다.

조 부사장은 일반 직원들은 평생 달아보기 힘들다는 임원 배지를 입사 7년 만인 31세에 달았다. 지난해에는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미국 하와이로 출국해 ‘원정 출산’ 논란을 일으켰다. 선진국 대기업들은 대주주의 자녀라도 능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이제 40세인 조 부사장 같은 오너 가족이 회사를 자신의 왕국처럼 여기기 때문에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라면 서비스’ 때문에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에너지의 임원은 항공사의 고발에 따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고 회사에서 해임됐다. 자사 임원의 폭행을 나무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포스코에너지는 사장까지 나서 ‘윤리실천 선언식’을 열고 “겸손하고 바른 언행에 앞장서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당시 조 부사장은 이 사건에 대해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최소한의 준법정신도 보여주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사실을 조사한 뒤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내에서 통솔 권한이 없는 사람이 폭언을 하고 비행기를 거꾸로 돌렸다면 ‘기내 난동’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를 따져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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