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혐한시위 방관하는 일본, 문명국가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재일(在日) 한국인을 겨냥한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嫌韓) 활동을 한국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재일 한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등 극우단체들은 일본 내 한인 타운에서 ‘한국인을 죽이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일본 정부가 이런 시위를 표현의 자유라며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 비슷한 혐일(嫌日) 시위가 있다면 일본은 뭐라고 할 건가.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河野) 담화의 확실한 계승을 요구한 데 대해 일본은 3·1절을 앞두고 거꾸로 담화 검증론을 들고 나왔다. 일부 우익단체는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며 고노 담화의 철회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정부가 재검증론을 들고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역사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 꼴이다.

고노 담화 검증론은 역사 왜곡이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재검증이라는 이름의 의도된 조사 결과를 종전 70주년을 맞는 내년 ‘아베 담화’에 담아 고노 담화를 대체할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그제 3·1절 기념식사에서 “역사를 부정할수록 (일본은) 초라해지고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는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와 직결된 문제임을 일본 보수 우익 신문들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과거 정부가 발표한 담화를 재검증하겠다는 것은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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