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전 KAIST 이사장 “재산 환원… 돈과의 싸움서 이겼다”

동아일보 입력 2014-01-10 03:00수정 2014-01-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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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KAIST에 300억 낸 정문술씨, 215억 추가 기부
개인부동산 모두 팔고 전세살아… “富 대물림 않겠다”는 약속 지켜
“미래전략-뇌과학 연구에 써달라”… KAIST “한국판 케네디스쿨 육성”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은 부를 대물림하기보다 아름다운 기부를 선택했다. 그는 2001년 215억 원에 이어 올해 300억 원 등 사재 515억 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001년 “뇌 과학 융합을 연구하는 데 써 달라”며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한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76)이 15일 추가로 이 대학에 215억 원을 기부한다. 정 전 이사장은 “KAIST가 기부금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미래전략 분야와 뇌 과학 분야의 세계적 주도권을 잡는 데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215억 원은 현금 100억 원과 115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동산이다. 그가 기부한 금액 515억 원은 국내에서 개인이 대학에 낸 기부금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최고액은 류근철 한의학 박사가 2008년 KAIST에 낸 578억 원.

정 전 이사장은 평소 “유산은 독(毒)”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기부함으로써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돈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했다고 기부를 주선한 KAIST 이광형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전했다. 이 교수는 “정 전 이사장이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5남매를 두고 있으나 일반 부모의 통상적인 보살핌 이상의 도움은 주지 않고 있다”며 “그는 이번 기부로 개인 부동산을 모두 처분했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전세”라고 전했다.

정 전 이사장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익산 남성고와 원광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83년 경기 부천시에 반도체 검사 장비 제작업체인 미래산업을 세워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0년대 말 벤처기업 10여 개를 세우거나 출자해 ‘국내 벤처업계의 대부’로 불렸다. 2001년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후임자에게 미래산업 경영권을 내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화제를 모았다.

KAIST는 정 전 이사장이 2001년 기부한 300억 원으로 교내에 정문술 빌딩을 짓고 국내 최초의 융합학과인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개설했다. 정 전 이사장은 당시 기부를 발표하면서 “2개월 내에 KAIST에 현금 3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01년 7월 갑작스러운 반도체 불황으로 보유 주식(미래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KAIST 측은 “기부 시기를 조정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돈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주식을 더 팔아 기부 기한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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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는 이번 기부금과 2001년에 기부한 금액 중 남은 140억 원을 합쳐 제2 정문술 빌딩을 세우고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 ‘뇌 인지과학’ 프로그램(대학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미래전략과 과학저널리즘, 지식재산권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는 ‘미래전략대학원’을 독립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로 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미래전략대학원이 국제관계와 경제 산업 국방 과학기술 분야의 장기 전략을 제시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같은 ‘싱크탱크’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의 기부금 전달식은 10일 오전 11시 반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린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기부#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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