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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정권 바뀌자 급감한 고졸채용,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

입력 2013-12-23 03:00업데이트 2013-1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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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마이스터고(高) 졸업자의 92%가 취업했다. 100% 취업을 달성한 학교도 많았다. 대졸자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상당수 고졸자가 대기업, 공공기관, 탄탄한 중소기업 등에 들어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환호성이 탄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정부의 고졸 채용 정책에 부응해 경쟁적으로 고졸 채용을 늘린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내년도에는 고졸 채용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공공기관은 매년 채용의 20% 이상을 고졸자로 뽑고 이 비중을 2016년까지 40%로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295개 공공기관의 2014년도 고졸 채용 인원은 1933명으로 올해 2512명에 비해 23%나 줄었다. 대기업도 2011년 이후 올해까지 많게는 연간 배로 늘렸던 고졸 채용 인원을 내년에는 줄이거나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공약인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졸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정권 따라 춤추는 고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고졸 기술명장에게 기업의 미래가 있다고 추어주던 것이 바로 작년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수험 서적 대신 현장에서 로봇 반도체장비 자동차 등과 씨름한 학생들의 실망과 배신감을 어쩔 건가. 입시정책도 최소한 3년을 앞두고 예고하는데 입시보다 더 중요한 채용 정책을 이렇게 바꿀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정권 따라 춤추는 어른들의 얄팍함이 아이들을 속인 셈이 됐다.

한때 80%를 넘던 대학 진학률이 이명박 정부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고졸 취업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정부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고교 시절에 기술과 기능을 익히면 대우받는 길이 열린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고졸 취업 증대에 머물지 않고 학력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것이 마이스터고의 큰 성과다. 고졸 채용 축소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어느 정부가 추진했든 고졸 취업이 맞는 방향이라면 박근혜 정부도 계승해서 꽃피우는 게 옳다.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교육 및 고용 정책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 고졸 채용 정책처럼 찬밥 신세가 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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