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북한 어디로]한미 정보당국, 지난해 말 김정남 美망명 추진說

동아일보 입력 2013-12-20 03:00수정 2013-12-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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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 밝혀
지난해 한미 정보당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사진)의 망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19일 “양국은 김정남을 미국으로 망명시켜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촉진하는 구상을 협의한 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처형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남의 후견인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한미 당국 차원의 김정남 망명 추진이 장성택의 처형과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양국이 협의한 시점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지난해 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미는 협의 결과 망명 추진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김정남의 망명 결심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임시정부의 가동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등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는 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김정남 망명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안보부처 고위당국자는 “김정남은 지금처럼 해외에 체류하도록 두고 자유롭게 북한 체제의 불합리성에 대해 말하도록 하는 게 전략적으로도 낫다”고 말했다. 한국 주도로 망명을 시도했을 때 생길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김정남을 망명시킬 경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 때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파가 북한에 전해질 것”이라며 “북한과 전쟁하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자유롭게 활동하던 김정남은 장성택 숙청 사태 이후 칩거하고 있다. 아들 김한솔이 파리에서 프랑스 경찰의 밀착경호를 받는 점에 비춰 김정남도 중국 정부로부터 유사한 보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이복형 부자(父子)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경우 언제라도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정권을 공식적으로 물려받기 전인 2009년 4월 평양의 김정남 파티장인 ‘우암각’을 습격해 측근조직을 와해시킨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장성택을 숙청한 1차적인 계기는 수산물사업의 이권을 둘러싼 ‘장성택 라인’과 군부 간 충돌 때문이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돈 문제를 둘러싼 양측 실무진의 갈등이 상부의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면서 핵심 실세의 처형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19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소속의 군 인사들은 그동안 행정부가 운영해온 승리무역의 수산물사업권을 인수하려고 시도하다 행정부 실무진과 몇 차례 갈등을 빚었다. 인민무력부는 11월 초 평안남도 남포의 수산물기지 사업권을 장악하기 위해 군 인사들을 현지에 보냈고, 이에 저항하는 승리무역 관계자들과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군인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김정은에게 보고되면서 승리무역의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측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처형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문제의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승리무역 관계자들이 “우리는 장성택 행정부장의 명령이 아니면 안 듣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군부 인사들이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나왔다’고 했는데도 현장에서 ‘최고사령관이 누구냐. 그 따위는 모른다’고 이야기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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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승리무역의 수산물기지는 김정은이 직접 현지지도를 하기도 했던 곳”이라며 “그런 사업장에서 장성택을 앞세워 상부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 군부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QR코드를 찍으면 채널A가 단독 입수한 장성택 숙청의 발단이 된 북한 무역회사 관계자의 육성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장성택 라인 인사들에 대한 추가 숙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수길과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 이미 처형된 사람이 5명 정도는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으로 망명한 장성택 측근이 7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이날 “국내 일부 언론의 북한 간부 중국 망명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정안 기자
#김정은#북한#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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