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러 크렘린궁 일방공개로 드러난 푸틴-트럼프 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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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에 테러정보 제공 감사
먼저 제안하고 언론에도 알려
트럼프, 8월 통화도 늦게 공개… ‘러시아 스캔들’에 부담 느낀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전화로 양국 간 테러 대응 협력 강화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 사실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에는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푸틴과 트럼프 간 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정보를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은 ‘내년 1월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가 신년축제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CIA의 정보를 토대로 테러를 준비하던 러시아 국적의 남녀 2명을 체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정보를 포착하면 러시아도 곧바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두 정상 간의 통화를 적극 공개한 것과 달리 백악관은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8월에도 크렘린궁이 ‘트럼프와 푸틴이 미국 측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갖고 시베리아의 산불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고 먼저 발표한 뒤에야 이를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동했을 때에도 미 언론은 크렘린궁이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할 때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백악관이 두 사람의 교류 정보를 의도적으로 통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러시아 개입은 없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테러 협력 확대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C는 “선거 개입 논란으로 양국 간 긴장된 관계 속에서도 두 대통령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푸틴의 초청으로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기념일 참석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 테러 정보 공유는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정보를 얻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224명이 숨진 러시아 전세기 추락사건을 비롯해 IS의 테러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정상 간 통화에서 두 사람이 북한 관련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임박해 있는 데다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트럼프#러시아#푸틴#테러 정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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