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GM을 만나다] LG 양상문 단장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가는 팀이 목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6일 05시 30분


LG 양상문 단장은 취임 직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LG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감내했다.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양 단장이 카메라 앞에서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양상문 단장은 취임 직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LG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감내했다.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양 단장이 카메라 앞에서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시즌 LG는 막판까지 치열한 5위 경쟁을 펼쳤으나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6위에 그쳤다. 경쟁팀들 보다 잔여경기수가 많아 유리한 싸움이었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시즌 종료와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현장과 프런트가 함께 개편됐다. 다만 처방전의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뼛속까지 삼성 DNA가 스며든 류중일 감독이 새로 현장 지휘봉을 잡는 한편 6위로 밀려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전임 감독은 전격적으로 단장으로 이동했다. 그런 까닭에 LG 양상문(57) 단장은 당시의 미묘한 감정들을 여전히 마음 한편에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 ‘책임’이라는 무거운 두 글자를 가슴에 품은 채 자신이 감독으로서 이루지 못한 ‘LG의 꿈’을 실현하는 단장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LG 양상문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양상문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성과 내지 못한 것은 내 책임, 이제는 뒤에서 돕겠다!

-지난 시즌 종료 직전 감독에서 물러나 단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당시의 심정이 궁금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직후라 감정이 상당히 복잡했을 듯하다.


“포스트시즌에 가서 나름대로 2017시즌에 이뤄야 할 성과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짐이나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못가면 구단이나 팬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단장직을 제안받기 하루 이틀 전에 새로 오시는 감독이 누구인지도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운동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자존심이 강한 편인데, 처음에는 그만둬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성과를 내지 못해 감독 재계약을 못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가 앞에서 진두지휘하면서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도록 하는 역할은 완전히 끝났다고 해도, 뒤에서 도와줄 수 있다면 보람 있고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새 감독도 나와는 인연이 있는 류중일 감독이라고 들었고.”

프로야구 1군 감독 출신으로 프런트와 현장을 총괄하는 단장으로 임명된 최초의 사례는 2016년 11월 취임한 한화 박종훈 단장이다. 박 단장도 LG 사령탑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넥센 감독 출신인 SK 염경엽 단장이 그 뒤를 이었다. 양 단장은 그 세 번째 사례다. 양 단장은 고려대 1년 선배(나이로는 두 살 터울)이기도 한 박 단장과 막역한 사이다. 또 자신의 후임인 류중일 감독보다는 두 살 많다.

-직전 시즌까지 감독생활을 했기 때문에 현장과의 마찰 또는 현장에 대한 개입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 점 하나는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나보다 후배지만, 경험도 많고 큰 성과도 냈다. 감독은 앞만 보고 가고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다. 감독이 성적을 내기 위해 밑받침을 해주는 역할은 내가 뒤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단장직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우리 LG가 더 뛰어난 감독을 만나서 강한 팀이 돼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에 단장을 맡았다. 내 역할은 류중일 감독이 마음 편히 팀을 지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이다. 내가 주로 할 일은 이천구장(LG챔피언스파크·2군 전용)이나 전국의 아마추어구장을 더 돌아다니면서 우리 팀(1군)에 필요한 선수들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LG 양상문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LG 양상문 단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사무실 밖이 두려웠다! 시행착오 거듭한 초보 단장

-단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상당히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전력보강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기존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우려도, 불만도 컸다.


“결과가 뒤따라줘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 업무적으로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구단 사무실이 위치한 잠실구장 앞에서 진행된 팬들의 릴레이 항의시위 때문에) 얼마 전까지는 사무실 밖으로 마음대로 나가기도 힘들었다. 굉장히 미안했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현수를 예로 들더라도 시간이 흘러 마음을 돌리기(국내 복귀 결심)까지 기다려줘야 했다. (타일러) 윌슨과 (아도니스) 가르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선수들은 물론 전 소속팀들에서도 모두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에 대한 방출 통보로 촉발된 일부 LG 팬들의 릴레이 항의시위는 해를 넘겨서까지 지속됐다. 이달 초가 돼서야 진정됐다. 정성훈도 18일 연봉 1억원에 KIA와 계약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어도, 대체적으로 전력보강이 충실히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자체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은 모른다. 새로 입단한 선수들이 시즌에 들어가서 우리 팀에 적응도 해야 하고, 부상도 없이 잘 뛰어야 한다. 김현수는 워낙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팀에서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가르시아는 류중일 감독이 영상을 보고 꼭 뽑아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탐나는 타자였다. 윌슨도 성격이 좋고 착해서 (메이저리그 경력대로) 우리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치지 않아야 한다. 한국문화와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LG 양상문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LG 양상문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오르는 팀이 목표!

-감독과 단장의 업무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4개월 동안 단장이 되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나?


“넥타이를 매고 회사원이 되려니 쉽지 않다. 계속 사무실에 앉아 회의를 반복하는 일이 어렵다(웃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감독은 주전선수의 부상에 대비해 백업선수도 체크하고 상황에 맞게 기용해야 하는데, 단장도 현장의 요구에 대비해 미리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3년 뒤쯤 LG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단장으로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일 것도 같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려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전력도 강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력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 프런트 업무로만 따져도 스카우트팀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좋은 자원을 찾아 우리 팀으로 데려와야 한다. LG가 진정한 강팀, 명문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류중일 감독은 당장 올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예기치 않게 많은 부상자가 나와 힘들었다. 올해 나름대로 대비할 텐데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선수 각자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준다면 3·4위권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량보다는 마음가짐과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 등을 더 가다듬었으면 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류중일 감독과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LG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LG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LG 양상문 단장은?

▲생년월일=1961년 3월 24일(부산)
▲출신교=부산고~고려대~고려대 교육대학원(체육교육학 석사)
▲프로선수 경력=롯데(1985~1986년), 청보·태평양(1987~1993년)
▲프로통산 성적=272경기·1209.2이닝·63승79패13세이브(10완봉·40완투)·방어율 3.59
▲지도자 경력=롯데 투수코치(1994~1997, 1999~2001, 2010년), LG 투수코치(2002~2003, 2007~2008년), 롯데 감독(2004~2005년), LG 감독(2014~2017년)
▲2017년 10월 LG 단장 취임

잠실 |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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