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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軍관사에 책의 향기 솔솔… “이제 시내까지 안 가도 돼요”

입력 2017-09-20 03:00업데이트 2017-09-2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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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일동승진작은도서관’
13일 경기 포천시 ‘일동승진작은도서관’ 개관식에서 어린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기연호 성우(왼쪽)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포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호랑이는 토끼가 맡긴 돌떡 중에서 가장 큰 걸 꿀꺽 삼켰어요. ‘아이쿠 뜨거워!’ 호랑이는 돌떡이 너무 뜨거워 시냇가로 뛰어갔답니다.”

13일 경기 포천시 일동면 ‘일동승진작은도서관’에서 기연호 성우(67)가 ‘꾀 많은 토끼’를 구성진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었다. 20여 명의 어린이는 호랑이 연기를 실감나게 하는 그를 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구연동화 수업은 이날 작은도서관의 정식 개관을 기념해 열렸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육군 5군단 관사 내에 만든 이 도서관은 군인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191m²(약 58평) 규모로 4000여 권의 책이 비치됐다. 서가와 열람실, 어린이공부방 등 세 곳으로 널찍하게 구성됐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도서관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정식 개관에 앞서 주민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난달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책을 보려면 10km가량 떨어진 일동도서관에 차를 타고 가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야 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정은 씨(40·여)는 “도서관이 문을 연 후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수빈이가 독서량이 두 배가량 늘어나 일주일에 5권 이상 읽고 있다”며 반겼다.

초등학교 2학년인 김유찬 군은 이날 ‘와이(WHY)?’ 시리즈를 세 권째 꺼내 읽고 있었다. 김 군은 “학교를 마친 후 매일 도서관에 와서 학원에 가기 전까지 책을 본다”며 “새로 나온 책을 실컷 볼 수 있어 신난다”고 말했다. 권동오 군(6)은 “어린이집 마치고 매일 오는데 그림이 예쁜 책이 많아서 좋다”며 웃었다.

도서관에는 어린이들이 수시로 찾아와 책을 보고 숙제를 하기도 한다. 엄마들은 자녀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낸 후 도서관을 찾는다.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데 저녁을 일찍 먹고 함께 오는 가족도 많다. 김란희 양(6)은 “아빠는 역사책을 보고 나는 그림책을 많이 본다. 도서관이 예뻐서 참 좋다”고 말했다. 배경영 씨(49·여)는 “도서관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북적여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이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인 ‘책 읽는 버스’를 지원하고 작은도서관을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책을 대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신명숙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장은 “작은도서관이 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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