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선수 의존하던 경기 탈피
필드플레이어 14명 모두 주전체제로 막판 소나기골… 30-20 시원한 승리
최근 세대교체를 시도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경기 분위기가 과거와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스타팅 멤버가 정해져 있던 이전과는 달리 누가 선발로 먼저 나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2일 경기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한국 선수 13명은 경기 내내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뛸 기회를 기다렸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주장 정지해(32·삼척시청)만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1월 선임된 강재원 감독이 만든 변화다. 주력 6, 7명에게 기대는 전력으로는 도저히 세계적인 팀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정유라(25·컬러풀대구)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강 감독은 일본의 왼쪽 수비가 약하다는 판단에 전격 선발로 출전시켰다. 정유라는 후반 일본의 오른쪽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후반 초까지 일본의 압박 수비를 뚫지 못해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11분 역전에 성공한 뒤 류은희(27·부산시설공단)와 김진이(24·컬러풀대구)의 연속 골로 승기를 잡았다. 전반 코트 전체를 활용하는 전면 강압 수비를 펼치던 일본은 후반 초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비 전열이 흐트러졌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만 해도 경기 후반전 초중반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고비를 넘지 못했던 대표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강 감독이 선수 전원을 활용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결과였다.
한국은 일본을 30-20으로 격파하고 우승하며 올해 12월 열리는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강 감독에게 이번 한일전은 “한 골 차로 이겨도 우승인 경기”였다. 하지만 선수들 전원이 코트에서 뛰며 경기 경험을 쌓는 게 중요했다. 강 감독이 29-19로 크게 앞선 후반 27분 몸이 안 좋은 정지해도 투입한 이유다.
강 감독은 가용 인원 전부가 30분 가까이 뛰어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0%의 성과를 얻은 것 같다. 분위기를 바꾸니 선수들이 스스로 야간에도 운동을 하고 몸 관리를 해 깜짝 놀랐다”며 “올해 12월 세계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16강이 목표다. 그때까지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승을 확정한 대표팀은 오랜만에 16명 전원이 어깨동무를 하고 코트를 돌며 우승 기쁨을 나눴다. 주력 선수 몇 명으로 버티던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강 감독의 조련 속에 ‘누구나 주전’인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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