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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침침한 눈 비벼가며 한 장 한 장 ‘독서 삼매경’

입력 2017-02-02 03:00업데이트 2017-0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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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에 날개를]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서울 강남 자곡로 ‘할매 할배 책 읽는 방’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곡로 한양수자인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에 마련된 ‘할매 할배 책 읽는 방’에 모인 노인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곡로 한양수자인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 아담한 1층 건물 안에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 50여 명이 모여 앉았다.

 “우리 경로당에 누가 책을 선물한대.”

 “이젠 글씨 오래 들여다보면 눈 아프고 눈물도 나는데…. 그림책을 많이 주면 좋겠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올해 강남구와 함께 경로당 10곳에 ‘할매 할배 책 읽는 방’ 시설을 만드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1호관으로 이 아파트 경로당에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책 200여 권과 나무 책장을 기증한 것. ‘작은도서관…’은 시골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꾸미는 등 전국에 작은 도서관 350여 곳을 만들어 왔다.

 그림책, 건강 관련 정보 책자, 에세이, 고전 설화집, 다양한 주제의 교양도서를 골라 집어든 경로당 사용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넘기고 살피며 이따금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정귀리 씨(86)는 “젊을 때는 책을 즐겨 읽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시력 문제 때문에 자주 독서 시간을 갖지는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책 읽는 방이 모처럼 마련됐으니 틈틈이 이곳을 찾아 읽지 못했던 좋은 책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계발서 ‘30년 만의 휴식’(이무석)을 집어든 장옥희 씨(75)는 “제목이 끌려서 골랐다. 평소 독서를 좋아해 요즘도 아이들이 보는 ‘삼국지’를 가끔 읽곤 한다”고 했다. 건강정보서적 ‘자연치유’(앤드루 와일)를 고른 김기래 씨(87)는 “난 정말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책 많이 읽었다고 자부한다. 자식과 손주들이 내 독서습관을 꼭 닮아서 모두 공부를 잘하고 번듯하게 성공했다”며 웃었다.

 이날 경로당에서는 책 읽는 방 마련을 기념해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연극과 합창, 가수 서수남 씨(74)의 축하 공연이 열렸다. 경로당 측은 단지 내 작은도서관과 연계해 비치 도서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한편 노인들을 위한 독서토론, 어린이와 함께 독서하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수연 ‘작은도서관…’ 대표(71)는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알차게 여가를 보내도록 도울 시설 마련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노인들이 독서를 통해 하루하루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차후 더 많은 ‘할매 할배 책 읽는 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판식 참여 신연희 강남구청장 “관내 경로당 161곳에 확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곡로 ‘할매 할배 책 읽는 방’ 1호관 현판식과 기념행사에 참여한 신연희 강남구청장(69·사진)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공통점은 모두 외조부모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라며 “이번에 어르신들의 독서를 위해 마련한 작은 서가가 장차 우리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아이들의 교육에 힘을 보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협력해 관내 경로당 161곳 전체에 이런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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