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부모교육전문가 “공부 잘하는 내 아이, 자기절제력이 답이다”

  • 입력 2016년 11월 14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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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쳐다보는 게 기분 나쁘다고 상대를 때린 사람, 보복 운전, 묻지 마 폭력 등 분노조절장애급 언행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자기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기조절력의 문제가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

자기조절의 실패는 절제력 부족이며 특징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자기 마음대로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막말’하고 ‘막행동’을 한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 ‘제 멋대로 사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그저 대한민국은 분노공화국이라고 몰아갈 것인가.

자기절제력에 대한 무게감을 통렬하게 느끼고 우리 아이들의 자기절제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혹시 이 말의 보편성 때문에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절제력 있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로 접근하면 좀 더 설득력이 있을까. 공부 잘하는 내 아이, 자기절제력이 답이다.

성질 급한 아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아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 자기만 아는 알고 남은 모르는 아이, 종합하면 제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고 제 마음대로만 하는 아이는 사회적 약속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조절력과 절제력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유명한 실험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뇌인 ‘전두엽’이 관장하는 가장 고차원적 기능이 바로 ‘자기절제력’이다. 자기절제력은 만족지연능력, 자기통제력이라는 용어로도 쓰일 수 있다. 자기조절력이 왜 공부와 관련이 있는가.

자기조절력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공부 재능도 결국 절제력과 관련된다. 공부를 잘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지루함을 이기고 여러 감정과 본능을 제어하는 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자기절제력과 공부에 대한 연구를 보여준 가장 유명한 실험은 653명의 유아를 대상으로 한 1966년 스탠퍼드 대학의 ‘마시멜로실험’이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당장 먹고 싶은 유혹을 참은 아이들이 15년 이후 대학입학시험(SAT)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는 이미 자기절제력과 학업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시멜로 실험을 한 아이들을 중년까지 추적 조사 연구한 결과, 유혹을 참지 못하고 먹은 경우엔 약물중독이나 사회적응에서 문제를 보였고 비만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도 보였다. 내 아이의 절제력은 공부뿐 아니라 인생행복으로도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공부 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조절능력은 인생의 고비마다 부딪치는 온갖 유혹을 해결하는 것과 유관한 것이다. 이후 200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자기절제력은 IQ보다 학업성취도를 2배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요인임을 알려주는 실험 결과도 내놓았다.

이런 연구결과를 보면서 부모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마시멜로라는 당장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줄 아는 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라면 모두 이런 아이를 원할 것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참을 줄 아는 아이, 그러면 내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나아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바람을 하는 부모들에게 기쁜 소식은 자기절제력은 후천적 양육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두뇌 2층 뇌인 변연계는 태어나면서도 완전에 가깝다고 하지만, 자기절제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인간뇌라는 별칭만큼 ‘인간의 모양을 갖추어 가는 내내’ 미성숙한 내 아이가 성숙과 발달을 해 나가는 동안 서서히 발달해 나가므로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의 전두엽 그 가운데 전전두엽의 발달을 도와야 아이의 자기절제력이 발달한다. 이를 위한 비법이 바로 ‘천금 같은 부모 말’임을 입증하는 실험이 있다.

록펠러 대학 연구팀의 ‘마시멜로 실험’이다. 3-5세 아이 2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은 아이의 자기절제력은 말(약속)과 그에 대한 실천, 즉 부모의 언행일치가 아이들의 절제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록펠러 대학의 키드(C. Kidd)팀의 마시멜로 실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3-5세 아이들에게 “컵 꾸미기 작업을 위해 재료를 줄 거야. 기다리자”라고 하고 몇 분 후 1/2 아이들에게는 약속대로 재료를 주었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마시멜로 실험을 동일하게 했다.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다. 컵 꾸미기 재료를 받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마시멜로를 더 오랜 시간을 먹지 않고 참았다. 약속 이행을 경험한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고, 14명의 아이 중 9명은 15분이 끝날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다. 반면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평균 3분을 기다렸고, 15분까지 기다린 아이는 단 한 명이었다.

‘말’에 대한 신뢰가 아이의 ‘참고 기다리는 인내’로 연결되는 결과를 보며 “그런 것도 못 참으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자기 절제력이 부족해서 인생 어떻게 살래?”라는 걱정의 말보다 평소 아이에게 하는 진정성 있는 부모 말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말’에 대한 무게감이 요즘처럼 천근만근일 때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부모 말이야말로 아이의 인생을 비춰줄 빛이 되는 자기절제력을 키워주는 황금 비법이다.

가정의 중추가 부모이며 아이에게 신뢰도 높은 말을 하는 부모들이 이룬 가정이 모여 사회가 된다면 아이들은 행복공화국에서 살 수 있다. 만약 대한민국이 분노공화국으로 간다면 아이들은 분노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들의 감정조절은 부모님이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다. 부모가 아이들의 감정코치가 되어 가치 있는 분노와 위험하기만한 분노를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두엽 발달이 답이고 부모 말에는 이유가 있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하면 아이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조절력을 키워가며 전두엽이 발달한다.

전두엽이 발달해야 공부를 잘한다. 강조하지만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전두엽이 발달해야 하고 전두엽의 최상 기능은 자기절제력이기 때문에 결국 내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는 절제력을 키우고 그 씨앗이 천금 같은 부모 말인 것이다. 부모 말과 태도에 대한 신뢰는 아이로 하여금 기다리고, 참고 절제해야 할 의미를 갖게 한다.



칼럼니스트 = 임영주 (신구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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