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의 효율적 투자법, 나는 집 대신 상가에 투자한다

  • 입력 2016년 10월 17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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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저금리, 저성장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줄을 잇고 있다. 노동 가능한 유휴인력의 고용이 제한되고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인력이 자영업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악화로 자영업 시장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이 적은 인력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과거 카페나 강연 시에 대가 없이 했던 그 시절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주변에서 저자 김종율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최근 자영업의 최대 난관인 점포 및 상가 투자에 대한 안내서, <나는 집 대신 상가에 투자한다>(베리북)을 출판했다.
김 씨는 자신이 개발한 점포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점포 및 상가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필자는 역세권과 유동인구, 유효수요 그리고 환경 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보다 상가 투자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투자의 눈을 키우는 길

김종율 씨는 대학 졸업 후 편의점 점포 개발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집안이 가난해서 남들처럼 풍족한 학창 생활을 보낼 수 없었다. 대학 졸업 후 김 씨는 M편의점 회사에 입사해 점포 개발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M편의점 회사는 일본의 점포 개발 방법을 활용하여 점포 입지를 선정하고 개점하는 방식이었는데, 김 씨는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졌다고 한다. 그것은 점포 개발의 매뉴얼이 너무 정식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편의점 점포개발을 오래하면서 우수 사원상도 받고 노하우도 쌓이게 되더라고요. 저는 다양한 회사를 거치면서 각 회사만의 다른 방식의 입지 점포 개발을 경험했고, 저만의 제3의 노하우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선이나 통과율을 기준으로 점포개발을 하는 경우는 목적 수요에 대한 부분이 빠져서 유효수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다른 회사의 경우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평가하고, 그 평가에 의해 점포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씨는 12년간 100여 개의 점포개발 경험을 통해서 투자의 눈을 키웠다고 한다. 김 씨는 자신만의 투자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는 현장에 나가 실제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끝임없이 공부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점포를 보시면 역세권 건물인데요. 동선이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 나와 정문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문에서 보자면 3층에 위치한 점포고요. 후문에서 보자면 1층이지만, 안쪽으로 쑤욱 들어가 있어서 외부 수요가 없어 투자가치가 떨어져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건물 내부에 충분한 수요가 있고요. 후문을 통해 이쪽 상가를 이용하는 유효수요가 많아요. 괜찮은 점포입니다. 좋은 점포라는 것은 경쟁이 치열해 장사가 잘되는 점포가 아니라 입지가 좋은 점포라고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상가 투자는 누구나 알고 있는 비싼 점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가능성 있는 점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발로 뛰고, 자료를 모아가며, 시행착오 끝에 투자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러한 노고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김 씨의 책에는 지도와 데이터, 각종 자료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자료에 대한 분석이 김 씨만의 세밀하고 논리적인 분석이 설득력을 높인다.


좋은 상가를 투자하는 네 개의 눈

김종율 씨의 상가 투자 노하우는 ‘네 개의 눈’으로 요약된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뛰고 분석하고 투자하고, 이론화하면서 정리된 실재적인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은 기존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투자의 요소를 바탕으로 현장이 얼마나 변화무쌍하게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 냉철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다.

“유효수요의 개념을 잘 잡아야 합니다. 구매력을 수반하는 수요, 바로 이것이 유효수요이며 흔히 배후, 수요, 포텐셜 등의 용어로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막연하게 판단하면 안 됩니다. 지도를 통해 세대수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 분석을 통해 유효수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과연 이 책에 나온 첫 번째 눈인 유효수요는 아파트 세대 주변의 상가분석을 유효수요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세대수와 유효한 구매를 통해 가능한 물건과 업종을 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판단해 보는 것이다. 상당히 세밀하고 실제적인 분석이 가능했다.

두 번째는 유효수요의 주동선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투자의 상식으로는 대로변의 1층 상가를 가장 좋은 점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업종과 주동선에 따라 상가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의 유효수요는 다르죠. 상가 1층과 2층의 업종도 다릅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거주 세대나 이용자의 성향도 다릅니다. 메인상가를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람들의 소비성향과 동선을 결합해서 이해하지 못하면 본인이 선택한 업종에 맞는 제대로된 입지의 상가를 고르기 어렵습니다. 주동선은 확실히 지도를 보면서 찾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스쳐 지나가는 곳, 흐르는 입지를 피하라는 것이다. 대로변 상가가 광역상권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대로변 안쪽의 유효수요가 충분하여 안쪽에 독립된 상권이 형성되었을 때 대로변 상가는 흐르는 입지가 된다. 이면의 유효수요가 대로변보다 월등히 많으며 독립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다.

“대로변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이 좋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는 곳. 착시로 인해 임차인은 구하기 쉬워도 영업이 늘 부진하여 말썽을 부릴 곳, 바로 이런 입지가 전형적인 흐르는 입지입니다. 실제로 이 유효수요가 소비되는 곳은 독립된 상권이 형성된 안쪽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 번째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보이는 보석 같은 상가들이다. 직권말소를 하려는데 임차인(또는 전 소유자)이 가진 허가를 발소하고 나면 동일한 허가가 신규로 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어떡해야 할까?

“경매나 매매 시 상가 투자의 경우 해당 건물의 허가권에 대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용도지역이 변경되기 이전에 취득한 허가권은 그 지역 내에서 독점권이 있습니다. 직권말소로 신규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장사가 잘되는 그 상가는 껍데기가 된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 잘 조절해서 소유권 변경이나 임대 시나리오를 구상해야 합니다.”

또한, 유흥업종과 행정처분이 나기 전에 경매에 나올 경우, 투자자가 알아채기 어려운데, 반드시 지자체의 공중위생과나 식품위생과에 위반 사항을 문의해야 한다. 이처럼 상가에 투자하기 위해 법률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투자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또한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꿈과 희망을 위하여 투자하라

이 책에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는 좋은 투자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은 투자방법론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떤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투자는 기존의 상투적인 방법이나 감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얻어진 논리와 근거라는 점이다. 발품을 팔고 현장을 답사하면 투자가 보인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오히려 지도를 펴고 제대로 된 분석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전체를 보고 제대로 된 투자의 명분이 보일 때까지 분석하고 정리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선까지 가야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집요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키도 작고, 좋은 대학도 안 나오고, 집안도 안 좋고, 참 어렵게 살았는데, 열심히 살았던 거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투자는 돈보다도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면 된다!’ 이런 생각을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카페에 글을 쓰고 투자 강연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된다는 점입니다.”

다들 ‘헬조선’이라는 말을 쓰고, 먹고 살기 힘든 시대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표현이 정말 싫다고 한다. 사당동 반지하에서 살았던 저자가 이제 고소득자가 되어서 살만하게 되고, 그런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헬조선’이 아니라 ‘해조선’이라 생각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해보면 된다’는 의미다.

“저는 사람들에게 몇 백억대 재산가가 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흔 정도 되었을 때, 가족들이 먹고 살만한 조그마한 자기 집과 여유자금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죠.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반드시 돈에 비례해서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죠. 저 역시 대가 없이 작은 카페에서 강연하던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자 인터뷰를 끝내고 느낀 점은 김종율 씨의 투자법은 무척 재밌다는 사실이다. 마치 요새 청소년들이 즐기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지와 상황, 주변을 분석하여 정확한 데이터로 입지를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그것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즐거움과 애정을 가지고 게임의 상황을 분석하는 청소년처럼 투자는 전략과 상황이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그런 즐거운 투자가 가능할까?




기사=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임준 객원기자, 사진=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윤동길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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