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창작가무극 ‘바람의 나라, 무휼’, 환상적인 그림 속 불친절한 이야기

동아닷컴 입력 2014-05-19 15:48수정 2014-05-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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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했을까. 5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바람의 나라, 무휼’(이하 ‘무휼’)은 화려한 그림만 많은 이야기 책 한 권을 보는 듯 했다.

2001년 처음 공연된 ‘바람의 나라’는 초연의 단점을 보완해 3부작 연작시리즈로 기획됐다. 그 첫 번째 작품이 2006년 ‘바람의 나라, 무휼’(이하 무휼)이다. ‘무휼’은 2007년, 2009년 앙코르 공연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네 번째 공연을 선보였다. 원작자 김진 감독이 직접 대본에 참여했고, 스타 연출가인 이지나 감독이 함께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휼’은 전쟁과 권력이라는 지상의 길을 통해 ‘부도’(한 국가가 나아가야 할 이상향)를 향해 가는 고구려 3대 대무신왕 무휼(고영빈)과 상생과 평화라는 하늘의 길을 바라보는 아들 호동(엠블랙 지오)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고구려의 초기 역사를 아버지와 아들의 살(煞)을 중심으로 단순한 영웅 서사극이 아닌 인간의 치열한 삶의 투쟁으로 풀어냈으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작품이다.

‘무휼’은 유리왕에서부터 대무신왕, 민중왕 및 호동 왕자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개국 초기 3대의 가족사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각 영웅을 돕고 따르는 신성한 동물 신수(청룡·주작·백호·현무·봉황) 등을 창조한 것. 얼마 되지 않은 사료와 상상력으로 역사를 복원시킨 이 만화를 무대로 올린 제작진은 각색의 어려움을 이미지로 극복하고자 했다. ‘무휼’이 ‘이미지 뮤지컬’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번 공연도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무대는 여백의 특성을 살려 현대적이고 깔끔한 무대 미학을 선보였고 다양한 색상의 조명을 통해 등장인물의 느낌을 달리했다. 또한 원작 만화와 자막 등을 이용해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의 비중을 강화해 무휼의 신수인 청룡을 영상으로 대체해 공감각적인 입체감을 최대한 살렸다. 또한 서울예술단 단원들의 뛰어난 안무 실력은 백미다. 무휼의 군대와 부여 대소 군대의 전투를 12분간의 안무로 풀어낸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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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려한 이미지에도 아쉬운 것은 이야기 구성이다. 작가 김진의 원작 만화와 함께 국내 온라인게임으로도 잘 알려진 ‘바람의 나라’는 마니아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에게는 낯선 소재다. 역사적 배경도 관객들과는 거리감이 있다. 또 극 자체가 어려운데 등장인물들이 뱉는 대사는 더 어렵다. 시 한 편을 듣는 듯한 은유적인 표현은 관객들을 갸우뚱하게 한다. 1막을 끝나자 작품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을 훑어보는 관객들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도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힘들기에 대사 만큼은 쉽게 풀이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초연부터 무휼을 연기한 고영빈과 호동 왕자를 연기한 엠블랙 지오는 제 몫을 다한다. 벌써 4번째 무휼 역을 맡은 고영빈은 위엄 있는 왕으로서, 마지막 무대를 나가면서까지 왕다운 뒷 모습을 보인다. 서울예술단 작품 이래 처음으로 캐스팅된 아이돌 가수인 지오는 어리지만 진지했던 비운의 왕자인 호동 역을 잘 살려내며 색다른 연기 도전에 성공했다.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윤동주, 달을 쏘다’, ‘쓰릴미’, ‘김종욱 찾기’ 등으로 두터운 팬층을 구축한 박영수가 ‘괴유’를 맡았다. 최정수, 이시후, 조풍래, 고미경 등 서울예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2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문의 02-523-0986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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