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어릴적 유괴 당한 기억 속의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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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지붕의 나나/선자은 지음/252쪽·9000원·시공사

“더도 덜도 말고 반에서 4, 5등이 딱 좋다.” 열일곱 은요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튀지 않는 여고생이고 싶다. 대학을 갓 마치고 학교에 온다는 20대 남자 생물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높은 여고생. 180cm의 키에 성우 같은 목소리를 기대했건만, 넓적한 코와 걸걸한 목소리, 여드름 난 얼굴에 실망이 크다. 무료한 나날들이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던 은요의 일상에 작은 돌멩이가 날아든다. 어느 날 눈앞에 갈래머리를 한 여자 아이의 환영이 나타난다. 밤에는 이상한 꿈이 반복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커질 무렵, 사촌 동생 미루가 어릴 적 은요가 아끼던 색칠 공부 책을 내민다. 책에는 ‘빨간 지붕 나나의 집’이 그려져 있고 주소가 적혀 있다.

은요는 아홉 살 때 유괴를 당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괴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 어른들은 은요의 주변에서 유괴 사건을 떠올릴 만한 모든 것을 없앴다. 은요는 기억 상실에서 오는 불안과 공허감에 시달린다.

은요는 색칠 공부 책에 적힌 빨간 지붕 집으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곳에 가면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소를 따라 도착한 곳은 8년 전에 유괴 사건이 벌어진 동네. 은요는 어릴 적 친구였던 옆집 아이 우진과 여자 아이의 환영, 친구 민세의 격려로 점점 공포를 이겨내고 기억의 퍼즐을 맞춰간다.

2011년 ‘팬더가 우는 밤’으로 제1회 살림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선자은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그동안 공상과학(SF), 판타지 소설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는 스릴러물로 청소년 독자를 찾아왔다. 빠른 사건 전개로 페이지가 휙휙 넘어간다.

소설은 사실이라고 믿었던 거짓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기억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가까운 가족이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저지른 잘못된 강요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꼬집는다. 청소년도 자기 삶에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부모들도 읽어야 할 책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빨간 지붕의 나나#유괴#기억 상실#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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