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경영진 1만9000명이 말하는 ‘창업, 이렇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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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딜레마/노암 와서먼 지음·이형욱 옮김/608쪽·3만5000원·에코리브르

에코리브르 제공
에코리브르 제공
기업가들은 창업 과정을 ‘100m 경주를 연속적으로 해야 하는 마라톤’에 비유한다. 100m 전력 질주마다 향후 사업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에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책은 이 과정을 딜레마의 연속으로 압축했다. 경력과 1인 창업 대 공동 창업, 관계, 역할, 보상 등으로 나눠 조언한다.

저자(사진)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3600여 개의 신생 기업 경영진 1만9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창업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창업 전 경력과 동업자와의 관계, 펀딩 방법 등을 세세히 들여다본 탄탄한 사례 연구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창업이 붐을 이뤘다가 거품이 빠지고 다시 회복되는 경기순환 전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창업자와 벤처 투자가로 현장을 누빈 저자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책과 같은 제목의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주로 기술과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 규모가 커질 때 언제 새로운 직위를 만들어야 할지, 친구와 가족을 채용해도 될지, 지분 분배 시점은 언제가 좋을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관련해 다른 기업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블로거, 서클스, 스마틱스, 애플, 오데오, 판도라 같은 유명 기업의 사례를 많이 담았지만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재미난 창업 이야기는 아니다. 통계와 설문을 엮어 교과서적으로 집필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뻔한 얘기도 적지 않다.

설문 문항과 관련 데이터가 포함된 부록이 100쪽을 차지하고 본문만 500쪽에 달한다. 이 두꺼운 책을 그냥 베개로 쓸지, 성경 속 야곱의 돌베개처럼 창업을 위한 참고서로 제대로 활용할지는 독자의 참을성에 달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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