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 40년대 경성의 풍물… 그 시절 영화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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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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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경성-근대영화에 담긴 세 가지 시선’ 강연회
28일부터 12월 12일까지 덕수궁 중명전서

경성의 풍경이 담긴 한국 근대영화. 위에서부터 ‘미몽-죽음의 자장가’(1936), ‘반도의 봄’(1941), ‘집 없는 천사’(1941). 문화재청 제공
경성의 풍경이 담긴 한국 근대영화. 위에서부터 ‘미몽-죽음의 자장가’(1936), ‘반도의 봄’(1941), ‘집 없는 천사’(1941). 문화재청 제공
여염집 부인 애순은 허영이 심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 집에서 쫓겨난 뒤 부잣집 아들이라는 남자와 호텔에서 지내지만, 이 남자가 세탁소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순은 강도 계획을 꾸미는 남자를 경찰에 신고한 후 화려한 배우를 꿈꾸며 기차역으로 떠난다.

현존 최고(最古) 영화이자 등록문화재 342호인 ‘미몽(迷夢)-죽음의 자장가’(1936) 줄거리다. 초창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양주남 감독의 데뷔작으로, 광복 후 북한 최고 인민배우가 된 문예봉이 주인공 애순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28일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에서 만날 수 있다. 문화재청이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중명전 2층 강당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 건축 웹진 레오퐁과 함께 여는 ‘모던 경성-근대영화에 담긴 세 가지 시선’ 강연회 첫 순서다. 한국 근대영화를 통해 1930, 40년대 경성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행사다.

‘미몽…’은 애순의 눈으로 경성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며 포드 자동차 매장부터 백화점의 의류 상점, 다방, 극장, 호텔 등 1930년대 경성의 상업 및 유흥 공간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영화 후반부엔 애순이 탄 택시 너머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남대문로와 기차가 막 떠나는 경성역이 펼쳐진다. 마치 급변하는 경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세 차례의 강연회 중 첫날인 28일 1부 ‘여성의 근대적 삶과 열망’에서는 ‘미몽…’을 상영한 뒤 이화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학 강사가 이 영화에 대해 강연한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2부 ‘예술계 사람의 일상과 경성’에서는 이병일 감독의 영화 ‘반도의 봄’(1941)을 상영하고 이승원 인천대 국문과 초빙교수가 강연한다. 영화는 감독 영일과 배우 지망생 정희를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의 영화 제작 현장을 다룬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 사거리까지 줄을 선 사람들에게서 영화가 당시 조선인에게 큰 인기를 끈 예능 콘텐츠였음을 알 수 있다. 예능과 연예인에 열광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음 달 12일 열리는 3부 ‘종로의 야경과 사회’에서는 최인규 감독의 ‘집 없는 천사’(1941)를 통해 경성의 화려한 밤을 만난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강사로 참여한다. 영화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재즈 카페에서 밤을 보내는 그 시간 종로 뒷골목에서는 앵벌이 아이가 구걸을 하는 당시 경성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매회 상영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50명의 관람객을 입장시킬 예정이다. 무료. 02-732-7521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경성#모던 경성#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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