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삼성 93.3% vs SK 6.7% 우승확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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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환수의 스포츠 구라젝트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과 월드컵 축구 최종 예선은 비슷한 시간대에 열렸다. 다른 방송사들 배 아프게 두 경기 모두 SBS가 중계했다. 야구는 지역 팀 간 경기다. 반면 축구는 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린 국가 대항전. 그런데 시청률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16일 오후 6시 시작된 SK와 롯데 경기는 전국 평균 시청률(AGB닐슨) 8.7%, 점유율 16%를 기록했다. 다음 날 오전 1시 열린 한국과 이란 경기 시청률은 3.7%, 점유율은 23%였다. 야구는 공수교대 때 채널을 돌리게 되고 이날 경기는 3시간 20분이나 걸렸지만 시청률에서 ‘FC 대한민국’을 압도했다. 물론 밤늦게 열린 핸디캡을 안은 축구 경기는 그 시간에 TV를 켠 4가구 중 1가구가 봤을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긴 했다.

22일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은 12.4%의 시청률(TNmS)로 정점을 찍었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에선 16.1%가 나왔다. 요즘 최고 인기라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를 능가하는 수치다. 톱7이 결정된 슈스케의 19일 시청률(AGB닐슨)은 8.7%였다. 슈스케는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데다 ‘악마의 편집’이니, ‘60초 후 공개’니 하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하지만 야구는 중계권 계약을 한 뒤 카메라만 갖다 대면 되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요즘은 TV뿐만 아니라 DMB와 인터넷으로도 야구를 보니 실제 시청률은 더 높을 것이다. 지난해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 DMB 시청률은 1.5%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니 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는 광고시장에서도 MBC 무한도전을 넘어서는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 초반 2연승 팀의 우승 확률은?

그렇다면 올해 우승팀은 누가 될까.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정규시즌 1위 삼성의 대세론이 더욱 굳어지는 느낌이다. 삼성은 투타에서 SK를 압도하며 대구 1, 2차전을 쓸어 담았다. 그동안 29번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초반에 2연승한 팀이 우승한 경우는 15번 중 14번(93.3%)이나 된다. 이제 SK는 6.7%의 낮은 확률에 기대야 하는 형편.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확률 0%이던 때 나온 한 번의 예외가 바로 SK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SK는 김성근 감독, 이만수 수석코치 시절인 2007년 두산에 2연패 후 4연승의 기적을 이뤘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승부를 대통령 선거에 비유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삼파전이다. 박근혜-문재인,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은 여론조사 때마다 순위가 바뀔 정도로 초박빙의 혼전이다. 삼자 대결은 대체로 박 후보가 앞서 있다. 그 대신 기세등등하던 박 후보의 대세론은 수그러들었다. SK는 롯데에 초반 1승 2패로 몰리는 등 5차전까지 진땀을 흘렸다. 단일화(3연승)에 실패해 대선을 앞두고 힘을 다 뺀 셈이다. 이는 1987년 대선 때와 흡사하다. 당시 국민은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문민정부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결과는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후보의 승리. 노 후보는 득표율 36.6%에 그쳤지만 YS(28.0%)와 DJ(27.1%)가 표를 나눠 가져 어부지리를 얻었다. 이에 비해 삼성은 시즌 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갈수록 좋아졌다. 막판엔 별다른 악재 없이 8.5경기 차 1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당내 경쟁이 사실상 결승전이었던 것처럼 삼성의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었다.

○ 삼국지 영웅과 야구 감독들

내친김에 포스트시즌 사령탑들을 중국 후한 말 군웅할거 시대의 영웅들에 한번 비유해 보자. 삼성 류중일 감독 하면 바로 조조가 떠오른다. 조조는 이문열이 지적했듯이 유비에 비해 낮게 평가됐지만 실제로는 전인적인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먼 외척이긴 하나 한실의 혈통을 이어받은 유비가 주연인 때문이다. 류 감독은 선수 시절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뛰어난 지략으로 일찌감치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인정받았다. 조조는 시와 글은 물론이고 군사에도 능했다. 주위엔 인재가 끊이지 않았다. 무예에도 능해 웬만한 장수와 견줄 만한 실력을 갖췄다. 그렇다고 휘하의 용장인 하후돈과 허저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류 감독이 선수로선 이승엽과 양준혁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강동의 호랑이’로 불린 손견과 흡사하다. 이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강타자였다. 포수로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손견이 삼국지에 등장한 것은 이미 상당히 입지를 쌓은 이후라는 점도 닮았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뒤 뒤늦게 사령탑이 됐다. SK가 삼성에 비해 결코 꿇리지 않는 인재와 비옥한 땅을 갖췄다는 점도 비슷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유비다. 대학 시절엔 한가락 했다지만 프로에선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쳤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소통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두산 김진욱 감독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내년에는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합류한다. 해태와 삼성 시절 V10을 이룬 김 감독은 전설이다. 하지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여포가 연상된다. 여포는 관우와 장비의 합공을 받고도 꿈쩍 않은 최고의 용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영웅도 혼자 힘만으로 천하를 안을 수 없다. 한화는 올해 꼴찌 팀이다.

조조의 위나라는 후대에 촉과 오를 아우르고 삼국을 통일했다. 현실에선 누가 대업을 이룰지 알 수 없다. 게임 삼국지에선 여포가 이길 수도 있다. 기자는 제갈공명에게 칠종칠금을 당한 남만의 맹획을 군주로 해서 통일에 성공한 적도 있다. 역사는 이긴 자의 편이다.

장환수 스포츠 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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