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민주주의 대공황을 넘자/2부]<2>정치도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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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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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의식 내려놔야 정치신뢰 회복… 공천때 봉사-기부 반영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한국 정치의 새 강자로 등장한 배경에는 ‘나눔’이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한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나눠줬다. 이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이젠 정치도 나눔이 화두인 시대다. 나눔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고 있느냐가 정치인의 자질을 판단하는 새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나눔은 단순히 재산을 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들은 ‘진정성’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된 나눔을 실천해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각계 인사들로부터 공존 민주주의 시대, ‘나눔의 정치를 위한 5가지 키워드’를 들어봤다.

①공천에 ‘사회 환원 지수’ 우선 반영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의 승패는 ‘공익적 가치’를 창출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영입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연간 기부액을 수치화하거나 사회 환원 활동을 지수화해 국회의원 공천의 최우선 심사기준으로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30분짜리 ‘사진찍기용 봉사’를 하는 이들과 오랜 기간 묵묵히 ‘자기 헌신’을 해온 이들을 가리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대통령 후보도 ‘공익·사회 환원 지수’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그가 시카고 빈민가에서 지역사회운동을 펼치며 빈곤층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②공익·사회 환원 실적 연례 공개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대표는 “국회의원이 재직 기간 관보에 재산을 공개하듯 얼마나 나눔을 실천했는지도 함께 공개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활동 평가 외부위원회’에서 객관적 평가 기준을 만들자고 했다. 물론 정치인의 기부 활동에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거나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8월 범현대가(家) 관련사의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 사재 2000억 원을 출연한 것이나 민주당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이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세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산장학재단을 세운 사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③‘전직 의원 종신연금’ 기부

지난해 2월 국회는 단 하루 국회의원을 지내도 65세 이후 평생 동안 매월 12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직장인이 월 120만 원 정도의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약 30년 동안 내야 한다.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는 전직 의원 종신연금은 대단한 특혜다.

6, 7, 9, 1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록 전 의원은 “전직 의원들이 종신연금을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국가에 환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단 “헌정회가 주는 연금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전직 의원들도 60%가량 되는 만큼 연금 수혜자 구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의원은 현재 헌정회의 지원금과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헌납한 채 12.5m² 규모의 컨테이너 단칸방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 2007년 ‘대한민국 청렴 정치인 대상’을 수상했다.

④경험과 재능 나누기

의정 활동을 펼치며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나누는 것도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직 의사인 의원이 의료 봉사에 나서거나 율사(律士) 출신 의원이 무보수로 분쟁을 해결하는 등 ‘경험과 재능의 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나눔의 롤 모델’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거창한 이벤트 대신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통해 진정한 봉사의 뜻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⑤‘특권 의식’ 내려놓기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4년간 봉사하는 임시직’이다. 이들에겐 관용차도, 입법 활동을 돕는 여러 명의 보좌관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가 하면 모든 스케줄 관리도 의원들의 몫이다. 근무시간도 주당 80시간 이상으로 일반 직장인 근로시간의 두 배가 넘는다. 스웨덴 의원 349명의 면면을 보면, 농부 어부 교사 간호사 의사 변호사 등 구성원의 출신 직업도 다양하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특권층’이라 여기지 않는다”며 “80%를 훌쩍 넘는 총선 투표율은 스웨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특권 의식’보다는 ‘대중과의 공감’을 중시하는 스웨덴 의원들의 자세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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