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총선 5개월 앞으로]성난 TK “한나라 정신 차리게 현역 대폭 물갈이”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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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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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대구 경북은 경북 구미가 고향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줄곧 한나라당의 아성(牙城)이었다. 서울 강남처럼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지역이다. 15대 총선 때 자민련 바람이 불긴 했지만 수십 년째 한나라당 독식체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을 탄핵하려는 성난 민심은 대구 경북 지역을 피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도 강하다.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유치 실패를 맛보면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정책으로 승부하지 않고 정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만 바라보고 일해 약골로 바뀌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주부 최영미 씨(36)는 “한나라당 말고 다른 후보를 찍어야 한나라당도 정신 차리고 지역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 “내년 총선만큼은 바꾸자”

대구 경북 지역에서 내년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 물갈이다. 동아일보가 4∼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총선에서 10명 중 6명(60.3%)이 ‘현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인물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2.2%로 현 국회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21.4%)보다 10.8%포인트 많았다. 다른 인물에게 투표하겠다는 이유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43.6%)과 ‘다른 인물이 더 나을 것 같아서’(32.1%)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대구 경북 국회의원 27명은 전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박근혜 바람’을 타고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모두 한나라당에 재입당했다. 서문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4)는 “이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오고 국회의원이 많아도 대구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7년째 전국 꼴찌다”라며 “나아질 희망도 안 보이는데 이제 한나라당에 대한 짝사랑을 그만하고 새 일꾼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김진수 씨(62)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싸움밖에 더 했냐”며 “내년에는 모두 다 싹 바꿔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구별로는 사정이 복잡하다. 박 전 대표는 지역구인 달성에 재출마하겠다고 밝혀 변동이 없지만 유승민 의원(동을) 등 몇몇 친박계 핵심 의원을 제외하고는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6선의 홍사덕 의원(서구)과 4선의 박종근(달서갑) 이해봉 의원(달서을)은 다선에 고령인 데다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아 지역에서 교체 여론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이 의원들은 “물갈이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지역발전 기여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친이계였던 배영식(중-남) 주호영 의원(수성을)과 친박계인 주성영(동갑) 서상기 의원(북을)도 바닥 민심이 좋지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박 전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갈이에 대한 지역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출마 예상자 간의 경쟁도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이두아 의원,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허준영 코레일 사장 등 거물급 정치인이 대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서중현 전 서구청장(무소속)을 비롯한 현역 구청장 2, 3명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구청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흉흉해 공천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공천 신청 여부는 여론의 흐름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구 경북에서 난공불락처럼 공고한 ‘박근혜 지지세’가 총선 때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차기 대선 양자 구도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57.9%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32%)를 2배 가까이로 앞섰다. 시민 장석진 씨(55)는 “이명박 정부는 싫지만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박 전 대표가 정치를 잘하려면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북도 “새 인물 공천하라”

경북도 현역 의원에 대한 불만이 어느 곳보다 많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당선’의 등식이 깨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현재 지역 민심은 6선인 이상득 의원(포항남-울릉)을 비롯해 정수성(경주) 김성조(구미갑)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이한성(문경-예천) 장윤석(영주) 정희수 의원(영천) 등에 대해 교체 요구가 큰 편이다.

특히 이상득 의원이 지역구로 활동하는 포항은 ‘경북 물갈이 여론’의 진원지로 꼽힐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 의원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 박정석 씨(47·포항시 남구)는 “이 의원이 지역을 위해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곤 하지만 실체가 없다”며 “한나라당과 이 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총선 준비가 아니라 포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후배 정치인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갑은 3선의 김성조 의원의 4선 도전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지역 경제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 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강한 편이다. 장윤석 의원도 영주에서 줄기차게 교체론이 나오고 있다. 정해걸 의원(72)은 고령인 데다 18대 총선 출마 당시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경주와 영천은 전직 경찰 수뇌부의 출마 여부가 관심사다. 이들의 출마는 현역 교체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장에 내정됐다가 용산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석기 일본 오사카 총영사가 최근 사표를 제출하고 경주 출마를 선언했다. 경주는 정수성 의원과 정종복 전 의원이 갈등을 빚으면서 지역 유권자 상당수가 피로감을 느끼는 곳이다. 경주시 성건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미정 씨(35)는 “한나라당을 밀어줘서 얻은 건 실망뿐”이라며 “참신한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도 일찌감치 영천 출마를 선언하고 현역 정희수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새로운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현역 의원과 단체장의 격돌이 예상되는 지역도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신현국 문경시장(무소속)은 내년 총선에서 문경-예천에 무소속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신 시장 측근들은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세 결집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다른 후보를 공천하면서 신 시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돼 이 지역 현역인 이한성 의원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야권연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경북도당 위원장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19대 총선에서 15개 모든 선거구에 야권 단일 후보를 내겠다는 데 합의했다. 지역 정서와 정치적 상황을 판단해 후보를 단일화하되 경합이 생기면 경선을 하자는 세부적인 원칙도 정했다.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야권이 뭉친 힘으로 내년 총선에는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 총선민심조사-통계표(대구-경북)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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