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권소희]“오갈 데 없는 장애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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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가 개봉했다. 작가 공지영 씨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관을 나설 때 가슴이 답답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시골에 내려가면 희끗희끗한 머리의 두 모자가 나를 반겨준다. 바로 외할머니와 외삼촌이다. 외삼촌은 지적장애 2급이다. 막내인 어머니가 7세일 때쯤부터 아팠다고 한다. 다른 자식들은 떠나 두 분이 함께 집을 지키며 살고 계신다.

어렸을 적 ‘고추 집 딸내미’로 불렸던 어머니의 별칭처럼 외할머니는 고추농사를 지어 홀로 자식들을 키우셨다. 이제 쉴 만도 한데 아직도 매년 봄이면 밭에 고추를 심으신다. 그만두시라는 만류에도 할머니는 묵묵히 일을 하신다. 바로 외삼촌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께서 올여름을 병원에서 보내셨다. 허리와 다리의 지병이 심해져 제대로 앉지도 못하신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머니의 가슴은 너무나 무겁다. 자신이 사랑하는 어머니의 병약한 모습과 어머니가 떠나시면 홀로 남게 될 지적장애 오빠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어머니뿐이겠는가. 밥도 못하는 머리 희끗한 아들을 혼자 둘 수도, 딸에게 맡길 수도 없는 할머니의 마음도 무겁기만 하다.

비단 나의 가족뿐만이 아니다. 보호자 없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그들과 그들 가족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마음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잠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겨울이 장애인들에게 예년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권소희 고려대 미디어학부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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