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서른 일곱의 도전] “선발보장, 엄청난 유혹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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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7시 00분


박찬호가 기자회견서 직접 밝힌 오릭스행의 이유

ML 4팀 마이너 계약 제시 매력 못느껴
재일교포 부인“일본서 뛰어보라” 권유
은퇴후 대비한 새로운 경험쌓기 포석도

‘목이 타네!’ 박찬호가 21일 열린 오릭스 입단식 및 기자회견 도중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목이 타네!’ 박찬호가 21일 열린 오릭스 입단식 및 기자회견 도중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박찬호(37)는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이 자기 인생의 중대한 분기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본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기는 이 현실, 그는 굳이 “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찬호가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자신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오릭스 입단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릭스는 단장격인 무라야마 본부장과 오릭스 그룹 한국지사 회장까지 참석하는 최상의 예우로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 투수의 오릭스행을 반겼다.

표정은 엄숙했지만 간간이 미소가 비쳤다. 어조는 시종 차분했다. 박찬호는 “어디서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야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결단의 이유를 압축했다. 17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는데 “서글프다”란 표현까지 썼던 박찬호는 일본행으로 선회한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선발 보장이었다. 박찬호는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스스로 협상을 추진했는데 오릭스는 선발 보장을 제안했다. 박찬호는 “유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선발에 강한 매력을 보였다. 게다가 피츠버그를 포함해 연락이 온 미국의 4팀은 마이너 계약,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참가를 제시하는 등 미온적이었다.

이에 박찬호는 계약기간 1년, 연봉 120만달러, 인센티브 100만달러에 투구 이닝당 10만원을 자신이 후원해온 한국의 복지재단에 오릭스가 기부하고, 한국인 코치 연수와 한국 유소년야구 발전기금을 오릭스가 부담하는 조건에 마음을 돌렸다.

둘째, 가족이었다. 박찬호는 당초 한국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하겠다는 각오를 실행할 계획이었는데 “이왕이면 일본에서도 한 번 해보고 한국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끝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부인 박리혜 씨의 권유에 생각을 돌렸다.

박찬호는 “아내에게 한국에 돌아가는 얘기를 했을 때 (재일교포라) 낯설어했다. 아내한테는 ‘일본이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단, 마지막은 한국에서 뛰는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셋째, 경험이었다. 박찬호는 “(일본행은) 더 큰 의미를 갖고 결정한 것이다. 가족 등 개인적 부분도 작용을 했지만 선수생활을 마치고 넓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구 선수 이후의 인생을 시야에 넣고 있는 포석이다.

박찬호는 오릭스에서도 61번 유니폼을 입는다. 선발 복귀를 위해 “공 던지는 시기를 당겨서 롱토스까지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본부장은 “두 자리 승수(10승 이상)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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