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외신기자에 2시간 프레스투어는 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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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센터 운영 ‘옥에 티’

정부는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대규모 취재진을 파견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코리아 브랜드 높이기’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미디어센터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취재와 기사 작성으로 시간이 부족한 기자들을 배려해 미디어센터 안에서 무료 뷔페 식사를 제공했고, 통역 요원도 14개 언어에 걸쳐 지원했다.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외신기자들의 미디어센터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옥에 티’도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외신기자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던 프레스투어는 정보기술(IT), 전통문화, 도심 둘러보기, 쇼핑 등 총 12개의 테마 코스로 제공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레스투어 코스들은 텅텅 빈 채 진행됐다. 서울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이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10일 오후에 진행된 프레스투어도 대부분의 코스에 5명 안팎의 외신기자만 참여했다.

미국계 언론사의 한 기자는 “‘다양한 코스’를 제공하는 건 좋은 서비스이지만 취재와 기사 마감으로 바쁜 기자들에게 현실적인 서비스는 아닌 것 같다”며 “프레스투어 시간도 대부분 2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아 시간이 부족한 기자들이 편안하게 참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홍보성 행사’가 많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한국의 높은 과학기술 수준과 독특한 문화를 알린다는 목적 아래 다양한 인사를 미디어센터에 초청해 브리핑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브리핑은 외신기자들이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발표자가 일방적으로 발표문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유경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단기간에 한국의 좋은 점을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으로 대형 국제행사가 있을 땐 외신기자들의 관심사항을 미리 체계적으로 파악한 뒤 맞춤형 홍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정상회의 합의문이 발표된 뒤 12일 밤 12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던 미디어센터에서 오후 8시쯤에 청소 및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도 ‘마지막 배려’가 부족했던 모습으로 꼽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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