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이 남긴 것]<4·끝>방한 취재진 106명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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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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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들 “G20, 이슈 해결 어려웠지만 준비는 훌륭했다”

‘준비와 시민 협조는 최고, G20 체제의 유용성은 아직 미지수.’

11, 12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방한한 외신기자 106명이 이번 회의에 대해 내린 평가다. 이들은 9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차려진 미디어센터에서 취재를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회의를 위해 한국에 온 외신기자 1257명 중 106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했다. 각 질문에 대해 ‘매우 높다’부터 ‘매우 낮다’까지 5단계 척도로 평가했다.

○ 준비와 시민 협조 ‘최고’

한국 정부의 G20 정상회의 준비 수준에 대해 55.7%가 ‘매우 좋다’, 42.5%가 ‘좋다’고 평가했다. G8 및 G20 정상회의 관련 잡지를 발행하는 미국 소재 ‘더 캣 컴퍼니’의 크리스 애킨스 사장은 “2006∼2008년 G8 정상회의를 모두 취재했는데 서울 G20 정상회의 프로그램이 가장 잘 짜여 있다”며 “미디어센터도 시내 중심부에 있어 접근성이 좋아 매우 편리했다”고 말했다.

호주 방송인 네트워크 텐의 스티븐 스펜서 기자는 “한국에서는 모든 일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모든 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 같다”며 “공항과 미디어센터뿐 아니라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도 우리에게 친절히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멕시코 방송의 프란시스코 트레소 기자는 “특별히 부족한 점은 없지만 미디어센터 자리가 좁아 일할 때 불편한 점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외신기자들은 시민의 협조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차량 2부제 자율 실시를 포함한 시민의 협조 수준을 묻는 질문에 18.9%가 ‘매우 좋다’, 31.1%가 ‘좋다’를 선택했다. 익명을 요청한 세계 4대 통신사의 한 기자는 “이틀 동안 차량 2부제를 실시한 덕분에 매우 편리하게 코엑스에 오갈 수 있었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와 시민의 노력은 G20 개최도시인 서울에 대한 인상 평가에 영향을 줬다. 서울의 인상에 대해 65.1%가 ‘매우 좋다’, 34.0%가 ‘좋다’를 선택해 응답하지 않은 1명을 빼고 나머지 전원이 좋은 점수를 줬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4차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과격 시위대가 경찰차를 불태우고 상점 유리창을 부순 것을 경험한 기자라면 서울에 대한 인상은 더욱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 G20체제의 유용성에 대해선 ‘보통’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를 잘 조율해낼 것인지에는 회의적인 대답이 적지 않았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각종 경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에 대해 ‘보통’을 선택한 기자가 4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낮다’를 선택한 기자(25.5%)가 ‘높다’를 선택한 기자(16.0%)보다 많았다. 이번 회의가 보호무역을 해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통(43.4%) 다음으로 낮다(24.5%)는 응답이 많았다.

영국 TV 채널인 파이브뉴스의 정치담당 에디터인 앤디 벨 씨는 “경제에 얽힌 문제가 너무나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G20 정상들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낮다”며 “성명서에 담긴 문구들을 봐도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기자는 “과연 나라와 나라 사이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무역을 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보호무역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G20을 통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외신기자들은 G20 정상회의 체제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G20이 글로벌조정위원회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65.1%가 ‘매우 높다’ 혹은 ‘높다’로 답했다. 또 G20이 G8보다 더 효율적인지 묻는 질문에 70.7%가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를 선택했다.

캐나다 국제거버넌스이노베이션센터(CIGI)의 연구원 딘 레이프소 씨는 “G20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포함돼 있어 세계경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하다”며 “이제는 실제 성과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의 ‘G20 대학생리포터’인 김영준(인하대 국제통상학부 3학년), 서윤심(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윤지영(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 이채림(고려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조정희(연세대 법학과 4학년), 하헌우 씨(연세대 심리학과 1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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