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베일속 ‘골 넣는 수비수’ 21세 베일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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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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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왼쪽)이 6일 영국 볼턴 리복스타디움에
서 열린 볼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
를 피해 공을 몰고 있다. 볼턴=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왼쪽)이 6일 영국 볼턴 리복스타디움에 서 열린 볼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 를 피해 공을 몰고 있다. 볼턴=로이터 연합뉴스
여러분은 브라질 출신 명수비수 마이콩(인터 밀란)을 알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 마이콩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웨일스 출신 가레스 베일(토트넘)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다. 여러분이 무심코 넘겼을 수 있지만 베일은 지난달 21일 인터 밀란의 홈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A조 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팀은 3-4로 졌지만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3일에는 베일이 홈에서 마이콩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토트넘은 조 1위가 됐다. 토트넘의 네덜란드 출신 라파얼 판데르파르트는 “요즘 모든 선수가 베일을 두려워한다. 세계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 마이콩에게 베일이 완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잉글랜드 팬들조차 베일은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선수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베일은 잉글랜드 리그에서 16세부터 활약한 21세의 선수다.

사실 베일은 마이콩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마이콩은 수비와 공격을 빠르게 오가는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그의 속공은 빠르고 확신에 차 있으며 기발하다. 그의 수비는 좀처럼 상대를 놓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압박해 공격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베일은 마이콩과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 베일은 사실상 넘버3 왼쪽 수비수였다. 그런데 토트넘은 2007년 1000만 파운드(약 179억 원)를 사우샘프턴에 주고 그를 데려왔다. 베일은 그때 18세였고 상대를 위협하는 프리킥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파워 넘치고 변화무쌍한 프리킥으로 골을 많이 터뜨렸다. 그는 ‘왼발의 데이비드 베컴’으로 불렸다.

토트넘은 183cm의 장신 수비수인 베일을 포기할 뻔했다. 그가 뛴 23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새로운 실험을 했다. 베일을 수비라인 바로 앞쪽에 투입했다. 윙백이면서 사실상 날개 역할을 하는 마이콩과 비슷한 임무였다. 그러자 달라졌다. 베일은 뒤쪽 깊은 곳에서부터 볼을 드리블해 앞으로 나갔다. ‘3개의 폐를 가졌다’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강철 에너지를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베일은 두세 명의 선수를 쉽게 제쳤다. 3일 경기 때 인터 밀란의 수비수 왈테르 사무엘과 하비에르 사네티가 마이콩과 함께 베일을 상대했지만 버거워 보였다.

베일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라이언 긱스(맨유) 등에 비유됐다. 하지만 실제로 베일은 화려하고 환상적인 능력을 타고난 이들과는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1970년대 브라질 전설의 오른쪽 날개 자이르지뉴를 닮았다. 건장한 신체에서 나오는 파워, 단지 빠른 것에 그치지 않고 자유자재로 드리블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 게다가 한 치의 오차 없는 크로스 능력.

3일 인터 밀란과의 2차전이 끝난 뒤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나 맨유, 맨체스터 시티로 비싼 값에 팔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그의 연봉은 세 배로 뛸 것이다. 토트넘으로선 베일을 계속 데리고 있기 버겁게 됐다. 하지만 토트넘은 주급 3000파운드(약 540만 원)를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하는 등 베일을 잡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돈은 더 들어가지만 투자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봤으니 토트넘으로선 성공한 선수 영입이었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랍 휴스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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