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출근해요]본보 캠페인 5호 ‘수원시립 꽃뫼어린이집’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안산공단 맞벌이 부부들 “육아걱정 끝”

2일 경기 수원시 꽃뫼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이곳은 안산 시화공단 등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주로 맡고 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경기 수원시 꽃뫼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교사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이곳은 안산 시화공단 등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주로 맡고 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인구 110만 명의 경기 수원시에서 자라는 0∼5세 영유아는 약 6만6000명. 수원시의 보육시설은 1000여 곳. 이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20곳뿐으로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특히 24평 미만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은 수원시 평균 수준에도 미달한다. 인구 5만3000명에 5세 이하 아동이 1900여 명이나 되지만 공립 보육시설이 없었다. 중소기업 근로자 가구가 많은 화서동의 보육시설 30곳 모두가 사립이다. 이 동에 사는 한 주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이 엄마들 대다수가 보육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곳에 2일 수원시립 꽃뫼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 맞벌이 근로자들을 위한 보육시설이다. 보육료는 월 19만1000원으로 주위 사설 보육시설의 절반 수준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꽃뫼어린이집의 정원은 82명. 8월 20일부터 원아를 모집했는데 정원은 이미 찼고 지금 대기자가 500명을 넘었다. 원아 모집 기간에 원서 접수창구 앞에는 오전 3시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아이 셋을 둔 주부 전혜진 씨(30)도 최근 아이를 꽃뫼어린이집에 맡기는 행운을 잡았다. 전 씨는 올해 초 파트타임 근로자로 일했다. 화서동 집 근처의 한 회사에서 정규직 채용 제의를 받았지만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월급이 적은 파트타임을 택한 것. 취직하려는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직장 보육시설이 없었고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 사설 보육시설은 찾기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종일반을 운영하는 사설 어린이집을 발견했으나 아이 셋을 맡기려면 보육료만 한 달에 140만 원이 넘었다. 전 씨는 꽃뫼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뒤 다시 정규직으로 취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82명의 아이 중 59명의 엄마는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다. 맞벌이 부부의 대다수는 지하철 1호선 화서역을 이용해 경기 안산시, 화성시,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중소기업으로 출근한다. 이 중 43명은 월급이 적어 저소득층을 위한 보육료를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수원시내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박모 씨는 꽃뫼어린이집에 아이 둘을 맡긴 뒤 “평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번갈아 돌봐주셔서 늘 죄송한 마음이 앞섰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활짝 웃었다.

이 어린이집은 영유아의 연령, 발달 상태, 계절, 성장 배경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육교사는 총 14명으로 이 중 2명은 연장 근무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을 하는 소외계층의 자녀를 위해 취약보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일 수원시립 꽃뫼어린이집 앞에서 참석자들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동아일보가 응원합니다’ 현판을 들고 개원을 축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용두 수원시의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손판순 꽃뫼어린이집 원장, 염태영 수원시장, 이승철 경기도의원, 한상담 수원시 주민생활지원국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수원시립 꽃뫼어린이집 앞에서 참석자들이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동아일보가 응원합니다’ 현판을 들고 개원을 축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용두 수원시의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손판순 꽃뫼어린이집 원장, 염태영 수원시장, 이승철 경기도의원, 한상담 수원시 주민생활지원국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판순 꽃뫼어린이집 원장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시간 연장 보육, 장애 영유아를 위한 장애 통합 보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개원에 씨앗을 뿌린 곳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다. 전경련은 지난해 4월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취업모 및 영유아를 위한 지자체 보육지원 사업’을 공고해 수원시를 뽑고 어린이집 신축자금 7억8000만 원을 지원했다.

전경련이 자금을 대기로 결정한 뒤 수원시는 8억9600만 원을 투입해 저소득층이 밀집한 화서역 부근에 건물 신축용 토지를 마련했다. 올해 3월 지상 4층 총면적 850m² 규모의 건물을 착공한 뒤 중앙정부와 경기도 역시 각각 9400만 원, 1억여 원을 지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다른 복지 예산이 부족해도 어린이 시설 신축 예산은 아끼지 않았다”며 “지역사회 인재를 키우자면 아직까지 공립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단독 보육시설을 갖추지 못한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부터 보육시설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소외 계층을 위한 시설 지원에 정부 예산을 늘리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거들었다.
▼ “보육의지 뚜렷한 시군구에 예산 지원” 개원 지원 전경련 정병철 상근부회장 ▼

2일 경기 수원꽃뫼어린이집 개원식에 참석한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64·사진)은 아이를 맡긴 부모들에게 “훌륭한 시설이 생겼으니 앞으로 아이를 더 많이 낳아 달라”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수원시에 사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어린이집 신축을 지원한 이유는….

“한국 여성은 여러 면에서 능력이 뛰어난데 아이를 기르면서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회원사인 대기업들이 대부분 보육시설을 두고 있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전경련은 사회 공헌 사업의 하나로 취약계층 보육시설 설립을 전국 시군구에 공모했는데 수원시가 우수한 계획서를 내 뽑았다.”

―다른 시군구도 지원하고 있는가.

“수원시 이외에도 경기 고양 안산 오산시, 인천 강화군, 경북 예천군 등 5개 시군구에 7억∼10억 원씩 건물 신축 예산을 지원했다. 연간 지원 예산을 70억 원 내외로 잡아 매년 10∼20곳을 지원하려고 한다. 앞으로 4년간 총 320억∼350억 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육 의지가 뚜렷한 시군구라면 전경련 예산을 이용할 수 있다.”

―시군구 선정에서 중요 기준은 무엇인가.

“근로자를 위한 보육시설을 제대로 지을 수 있는지와 준공 뒤 보육 서비스의 품질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꽃뫼어린이집은 벌써 입소하지 못한 대기자가 넘친다. 더 지원할 수도 있나.

“수원시처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밀집한 곳에 어린이집을 지은 것은 바람직한 사례다. 시가 우수한 제안서를 내면 또 지원할 수 있다.”

―전경련 돈을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지원한다고 회원사들이 반발하지 않나.

“보육은 앞으로 국가 발전에 핵심 이익이 되는 분야다. 우수한 여성이 일을 그만두면 국가가 발전하기 어렵다. 회원사들은 이 점을 공감하고 있다.”

―꽃뫼어린이집에 보육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했는가.

“꽃뫼어린이집은 컨설팅을 의뢰하지 않았다. 꽃뫼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국공립 보육시설이 컨설팅을 요청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수원=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직장보육시설 컨설팅 무료로 해드립니다

동아일보는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희망하는 기업을 상대로 보육컨설팅을 무료로 해드립니다. 보육시설 비품을 지원해 줄 기업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컨설팅 문의 02-555-5062(모아맘) 02-581-8554(푸른보육경영), 참여 및 후원 문의 ilov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