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닥터]中의 전기자전거서 ‘대박 힌트’를 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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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득금(掘地得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땅을 파다가 우연하게 금을 얻었다. 즉 평범한 일을 하는 중에 뜻밖에 엄청난 행운을 잡았다는 뜻이다. 채권을 주로 거래했던 한 지인이 갑자기 주식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던 사연을 생각할 때 필자의 머릿속에 딱 떠오른 말이 바로 굴지득금이다. 우연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작한 투자가 평생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단기적인 대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대박은 황당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중국을 왕래하는 일이 많았던 그 지인은 얼마 전부터 중국인들의 교통수단이 페달로 움직이는 자전거에서 전기자전거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봐왔다고 한다. 그러다 중국인들이 전기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모터와 전선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가 모터와 전선을 제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원료가 바로 구리이므로 구리에 관련된 투자를 하면 ‘손해 볼 이유가 전혀 없겠다’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했다. 지인은 이 ‘구리 아이디어’를 내밀며 투자조언을 부탁했다.

중국의 거대 인구를 단순 곱하기한 순진한 수요 예측은 가끔 들어 봤지만 중국인들이 전기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구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아이디어에는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다만 전력과 관련된 투자는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력 관련 투자대상으로서의 구리는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대상이었다. 잘 분산된 원자재 펀드나 원자재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언을 시작했다. 지인의 금융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절세 해법을 찾아야 했다. 구리에 집중투자하고 세금도 내지 않는 방법이 뭔가를 찾다 보니 상장기업인 풍산이 떠올라 투자를 권했다. 풍산이 생산하는 동(銅)과 관련된 제품들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른다는 생각은 충분히 해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2만 원대 중반의 풍산주가는 2010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주가수익비율(PER) 6배 내외로 가격 측면의 부담도 크지 않았다.

지인은 처음에는 구리가 아닌 ‘구리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길 꺼렸으나 결국 필자와 논의한 끝에 일부 잘 분산된 원자재 펀드와 더불어 2만 원 중반 주가에 풍산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풍산의 주가는 4만 원 선을 넘어섰으니 예금금리에만 익숙하던 그 지인의 관점에서 보면 ‘대박 중의 대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박이라는 깜짝 선물은 생활 속의 작은 발견에서 출발할 때가 많다. 문제는 그 작은 발견을 아이디어로 끌어내는 관심과 그것을 구체적인 투자전략으로 연결시켜 주는 자산관리자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리 투자 건을 계기로 성공투자의 본질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세상의 작은 변화가 발생하는 이치가 무엇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겠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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