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실력도 매너도…‘진정한 승자’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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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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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스페인 품에 안겼다. 스페인의 정교한 축구에 박수를 보낸다. 12일 열린 결승전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스페인 선수들을 처음부터 난도질하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했다. 8개의 옐로카드와 1개의 레드카드는 네덜란드의 지저분한 의도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이니에스타가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정의는 실현됐다. 이니에스타는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윗도리를 벗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그의 속옷에는 지난해 8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다니엘 하르케를 기리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니에스타는 “하르케가 나와 함께하길 바랐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그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동료를 기리는 선수와 그 선수를 밟아 쓰러뜨리려는 선수가 똑같은 벌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린 월드컵은 우리를 가지고 놀았고 우리의 전망을 가차 없이 무너뜨렸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웨인 루니(잉글랜드), 프랑크 리베리(프랑스)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

필자는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을 추락한 영웅으로 평가하며 절대 아르헨티나를 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월드컵 도중 필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잘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고의 공격라인에 그저 그런 미드필드진, 그리고 허술한 수비라인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그의 본능을 따랐다. 가능한 한 골을 많이 터뜨린 골잡이를 선택했고 그들을 기마부대 최전방에 투입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였다. 팬들은 그의 선택에 열광했다. 다른 팀들은 소심하게 수비축구를 구사해 아주 재미없는 경기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그런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8강 탈락은 너무 아쉬웠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을 파울로 유린하며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남아공 전역을 오렌지 물결로 물들인 팬들을 실망시켰다. 스페인은 공을 빼앗지 못하면 행여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페인이 또 다른 승자가 된 이유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승자, 바로 페어플레이 팀에 선정된 배경이다.

정의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실현된다. 이날 3명의 영웅이 신비롭게 탄생했다. 이니에스타는 결승전 최고의 선수가 됐고 4위를 한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은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을 수상했다. 포를란은 성심을 다했고 환상적인 골도 넣었지만 인구 300만 명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는 그를 받쳐주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39년을 보냈다. 어느 순간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잘렸지만 스페인의 사상 첫 월드컵 획득을 이룬 지도자가 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아공은 위험해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진정으로 지구촌 팬들을 반겼고 그 악명 높은 범죄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위험을 감수했는데 남아공은 모든 위험 요소를 없애며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자원봉사자와 축구팬 등 아프리카 국민들의 진심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들은 방문객들이 환영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얼굴엔 항상 미소가 넘쳤고 잘 처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남아공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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