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부상병동 스페인… 그래도 무적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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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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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남아공 월드컵을 거머쥘 국가는 어디일까. 십중팔구는 통산 다섯 번이나 월드컵을 품에 안은 브라질을 생각할 것이다. 올해 브라질은 현란하고 화려했던 과거와 다르다. 둥가 브라질 감독은 기술보다는 실용을 택했다. 12일 발표한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명령에 잘 따르는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다. 세 번째 월드컵 출전을 노리던 ‘외계인’ 호나우지뉴를 비롯해 세 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던 호나우두(코린티안스), ‘UFO슛’으로 유명한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코린티안스) 등 ‘왕년의 스타들’이 모두 빠졌다. 하지만 필자는 호비뉴(산토스)와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등 브라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명령보다는 자신들이 본능에 따라 플레이하길 바란다.

브라질을 빼면 스페인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다비드 비야(발렌시아)와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가 공격라인을 휘젓는 모습을 상상해봐라.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플레이 메이킹을 본 적이 있는가. 게다가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헤수스 나바스(세비야), 마르코스 세냐(비야레알),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이들은 월드컵을 거머쥘 창조성과 조화로움을 갖추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유로2008(유럽축구선수권) 챔피언이다. 그동안 월드컵 정상에 서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가장 우승에 근접해 있다. 스페인이 우승하려면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먼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그랬듯 자신들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부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스페인의 스타들이 부상에 시름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파워가 좋은 중앙공격수 토레스는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이다. 의사는 조만간 완쾌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예리한 판단력과 컨디션에 대한 신념이 향후 열릴 평가전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비는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 경기는 거의 빠지지 않았지만 지난 몇 주간은 고통을 참고 경기를 했다. 진단 결과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3cm 찢어졌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열정으로 필드에서 그의 존재감이 너무 커 부상 중에도 그의 능력은 거의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사비는 뛰어난 컨트롤로 리오넬 메시와 페드로, 보얀에 자로 잰 듯한 패스를 해 골로 연결했다. 비록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패스 하나는 일품이었다. 하지만 사비는 스페인 대표팀보다는 바르셀로나에 더 애착을 갖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팀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통치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독립국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스페인이 월드컵을 우승하려면 지역 통합도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에 바르셀로나에서 7명, 레알 마드리드에서 5명이 대표팀에 합류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카스티야 지역으로 카탈루냐와는 견원지간이다.

파브레가스도 스페인의 재앙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성장해 잉글랜드 아스널로 간 그는 두 달 전 공교롭게도 바르셀로나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뼈를 다쳤다. 전문가들이나 파브레가스는 큰 문제없으며 월드컵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비와 파브레가스가 예전처럼 자유롭게 플레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사비와 파브레가스, 토레스 외에도 부상에 우는 선수는 더 있다. 세냐는 이번 시즌 부상 탓에 거의 뛰지 못했다. 이니에스타는 3, 4월을 부상으로 보냈다. 이들이 빠지면 사실상 스페인의 절반이 빠지는 셈이다.

이렇게 슈퍼스타들이 부상한 이유는 있다. 지난 시즌 전관왕 바르셀로나가 모든 팀의 타도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0개월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지난 시즌 내내 바르셀로나를 쫓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빈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만일 어느 누구라도 소집에 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훌륭한 선수가 기다리고 있다”며 단호하다.

이런 난맥상을 역으로 보면 어떨까. 그동안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돌아오면 시즌 내내 시달리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버린 선수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페인은 강력한 우승후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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