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래에 반하고… 영상에 놀라고… 구성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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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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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연기★★★☆ 노래★★★★☆
연출★★★ 무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인공 단테스(류정한 씨·오른쪽)와 약혼녀 메르세데스(옥주현 씨)가 약혼식장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떼아뜨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인공 단테스(류정한 씨·오른쪽)와 약혼녀 메르세데스(옥주현 씨)가 약혼식장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떼아뜨로
스위스 초연 뒤 1년, 해외에서 공연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그만큼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원작소설이 영화, 드라마로도 자주 옮겨져 온 만큼 무대에서 새로운 부분을 얼마나 입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영상과 노래가 돋보였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씨의 음악은 높은 지명도를 확인시켰다. 감옥에 갇힌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와 그를 위해 기도하는 연인 메르세데스가 부르는 이중창 ‘언제나 그대 곁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복수를 다짐하면서 열창하는 아리아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 강렬해서 귀에 오래 남았다. 와일드혼 씨의 음악은 한국인의 정서에 특히 잘 맞는다는 평이 있다. ‘몬테크리스토’의 노래 역시 관객들이 금세 따라서 허밍을 할 만큼 호응이 컸다. 몬테크리스토 역의 류정한 씨와 메르세데스 역의 옥주현 씨 모두 경력 있는 뮤지컬 배우답게 원숙한 노래 솜씨를 보였다.

영상을 이용한 무대가 이 작품에서 차별화된 대목이었다. 공간이 바뀔 때마다 스크린에 펼쳐놓은 대형 지도 위 장소를 확대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듯했다. 깊은 바다를 영상으로 처리한 뒤 그 속에서 몬테크리스토가 헤엄쳐 나오는 장면은 배우가 무대 천장을 향해 와이어로 끌려 올라가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 실감나는 부분에서 관객들의 탄성이 나왔다. 다만 극 전개상 안 보여도 큰 상관이 없는, 꽃이 떨어지고 나뭇잎이 지는 장면까지 스크린으로 표현한 것은 과유불급으로 보였다.

구성은 보완되어야 할 숙제다. 중간 중간 늘어지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감옥에서 탈출한 단테스가 해적들과 조우했을 때 춤과 대사는 불필요하게 길었다. 단테스가 해적들과 짜고 원수의 아들 알버트를 함정에 몰아넣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옥중 파리아 신부의 코믹한 대사는 장중한 분위기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어색하게 들렸다.

몬테크리스토가 불 뿜듯 복수의 노래를 부르면서 내린 1막에 비해, 2막의 복수 과정은 지나치게 압축적이었다. 1막에서 복수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킨 것을 생각하면 2막에서는 복수 과정의 심리적 쾌감과 용서의 카타르시스를 함께 충분히 전달했어야 했는데, 빠른 템포의 TV 복수드라마로 마무리된 느낌이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i: 6만∼12만 원. 6월 13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02-639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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