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토속… 현실… 풍자… 몽환… 28일부터 대학로서 서울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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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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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이냐 현실이냐, 풍자냐 몽환이냐.

2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제31회 서울연극제가 열린다. 공식 참가작은 8편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이 원작인 극단 실험극장의 ‘심판’(구태환 연출)을 제외한 7편이 창작극이다.

극단 은행나무의 ‘홍어’(정경진 작, 김성노 연출)와 극단 이루의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손기호 작·연출)는 한국적 토속미가 뚜렷한 작품. ‘홍어’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식 못하는 딸과 무당인 어머니의 대화를 통해 홍어처럼 푹 삭은 여인네들의 한을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낸다. ‘감포…’는 핏줄 하나 안 섞였는데 가족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비극적 사연을 만파식적의 전설과 결합해 해학적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간다.

극단 우투리의 ‘리회장 시해사건’(김광림 작·연출)과 극단 완자무늬의 ‘부활, 그 다음’(오태영 작·김영수 연출)은 현실비판의식이 뚜렷한 작품이다. ‘리회장…’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날 보러 와요’를 쓴 김광림 작가가 내놓은 신작. ‘부활, 그 다음’은 이와 대조적으로 가장을 잃은 모녀와 자식들에게 버림 받은 노인 부부라는 소외된 두 가정의 스산한 풍경을 통해 이기적인 한국사회를 고발한다.

극단 창파의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지경화 작 맹승훈 연출)과 극공작소 마방진의 ‘들소의 달’(고선웅 작·연출)은 몽환적이다. ‘옥수수…’는 아비와 삼촌이 뒤바뀐 여인과 연쇄살인을 펼치는 부자를 통해 절망적 상황 속의 희망을 노래한다. ‘들소의 달’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아프리카 오카방고 습지라는 전혀 다른 공간을 연결하면서 폭력의 심각한 후유증을 형상화한다. 2007년 초연 무대로 격찬을 받은 ‘심판’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비극성을 몽환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애플씨어터의 ‘내일은 챔피온’(전훈 작·연출)은 반대로 극사실주의를 표방한다. 지하 1층 다방, 1층 미용실, 2층 권투도장, 3층 중국집으로 이뤄진 상가건물을 무대로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공식 참가작 외에 실험정신이 강한 6편의 공연을 선정해 17∼2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매일 한 작품씩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미래야 솟아라!’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축제부터는 ‘미소티켓’ 제도를 도입한다. 극단이 전체 티켓의 5∼20%를 1만 원에 서울연극협회에 제공하면 판매 금액 중 9000원은 극단에 돌려주고 1000원은 ‘사랑의 열매’ 기부금으로 지원한다. 02-765-750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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