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장을 움직이는가]이금기 일동제약·일동후디스 회장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이금기 일동제약·일동후디스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동제약 사옥 지하 1층에 마련된 일동제약사박물관에서 종합비타민제 아로나민에 이어 분유와 유제품 시장에서도 ‘신화’를 써보겠다며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이금기 일동제약·일동후디스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동제약 사옥 지하 1층에 마련된 일동제약사박물관에서 종합비타민제 아로나민에 이어 분유와 유제품 시장에서도 ‘신화’를 써보겠다며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웰빙 넘어 환경까지… ‘로하스 경영’ 전도사
“깨끗한 것 먹이자” 품질로 승부
분유사업 10년만에 업계 3위로
500억 투자 항생제 공장 신축
불황에도 연구개발 투자 늘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동제약 본사에서 이금기 일동제약·일동후디스 회장(76)을 만났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이곳저곳으로 이동을 부탁했다. 이 회장은 흔쾌히 7층 회의실에서 지하 1층까지 오르내렸다. 밖으로 이동해야 할 땐 바짓단을 접어 올리고 저벅저벅 앞서 걸었다.

‘아로나민 개발의 주역’ ‘최장수 1세대 전문경영인’ 등 화려한 수식어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평사원 출신이다. 1960년 일동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국내 최초로 전문경영인으로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26년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 이유식에서 유제품까지 확장하는 일동후디스

이 회장은 인터뷰 시작에 앞서 ‘후디스 청정 우유’를 권했다. “강원도가 인증한 청정농장에서 짜낸 원유를 저온 살균해서 만든 건데, 시중에서 제일 높은 등급이라는 1A등급 기준보다 세균 수가 10분의 1에 불과해요. 우유 먹으면 탈나는 사람도 이 우유는 괜찮아.”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고 하자 이번엔 ‘후디스 케어3’를 내밀었다. “장이 안 좋은 사람은 발효유가 좋아요. 우리 제품은 고농축 초유 성분이 들어 있어 위와 장에 좋다고.”

일동후디스는 지난해부터 유제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6년 인수한 남양산업에서 출발한 일동후디스가 분유, 이유식에 이어 유제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일동후디스는 프리미엄 분유와 이유식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인수 당시 남양산업에서 내놓던 ‘아기밀’이라는 이유식은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통했지만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고급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2000년에는 뉴질랜드산 원유로 만든 프리미엄급 분유 ‘트루맘’을 선보였고, 2003년에는 모유에 가까운 ‘산양분유’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해 분유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 가격경쟁이 아니라 품질경쟁을 해야 된다고 했어요. 당시는 지금처럼 친환경이 부각되기 전인데 우리 아이들에게 먹여야 하니 가장 깨끗하고 좋은 원료를 고집했죠.”

이런 철칙 때문에 이 회장은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로하스는 한국표준협회에서 도입한 친환경 인증 제도인데, 개인 건강만을 생각하는 참살이(웰빙)를 넘어 사회적인 성장과 환경까지도 생각하는 소비 스타일을 뜻한다. 유아식 ‘후디스 프리미엄 산양유아식’과 ‘트루맘 뉴클래스 퀸’ ‘후디스 청정 저온살균 우유’가 로하스 인증을 받았다.

높은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동후디스는 10여 년 만에 분유·이유식 업계 3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도전이라고 했다. “남양산업을 인수해서 처음에는 계속 적자를 봤는데 외환위기까지 터졌어요. 2000년인가에 자본잠식 상태가 돼서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지. 그래서 일동후디스 임직원들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고 출자를 해서 30억 원을 마련해 회사를 살렸어요.” 이후 안정세를 달렸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출산율이 줄어 분유업계의 상황이 악화됐는데 환율까지 올라 원재료 값이 50%나 폭증한 것이다. “지금껏 어렵다고 해서 마케팅비나 투자를 줄여 본 적이 없어요.” 이 회장은 위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 일동제약의 계속되는 ‘아로나민 신화’

이 회장의 뚝심은 유명하다. ‘아로나민 신화’가 이를 증명한다. 서울대 약대 출신의 이 회장은 일동제약 입사 1년 만에 생산부장 자리에 올라 2년 후인 1963년 아로나민을 내놓았다. “1960년대 국내에는 영양제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인기였어요. 그래서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비타민제를 만들었는데, 지금껏 살아남은 건 아로나민이 유일하지.”

아로나민의 성공은 품질과 마케팅의 합작품이었다. 1970년대 ‘의지의 한국인’ 캠페인, 1980년대 ‘체력은 국력’ 캠페인 등은 당시로선 모두 획기적이었다. “제품을 개발해 놓으니 회사에서 또 영업을 맡으래. 영업부장으로 발령받아서 의사들을 상대로 판촉하고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했죠.” ‘아로나민 부장’으로 불렸던 그는 입사 11년 차에 전무로 승진하고, 24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일동제약은 현재 500억 원을 투자해 경기 안성공장 용지에 항생제와 항암제를 생산할 공장을 추가로 신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 용인시에 있던 연구소를 화성시 동탄신도시로 신축 이전했다. 일동제약 창사 이래 최대의 투자 규모다.

이 회장은 “새로 구축한 인프라를 통해 신약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올해는 바르는 비타민C 화장품을 새롭게 내놓을 것”이라며 “일동제약뿐만 아니라 일동후디스에서도 노인식과 환자식 등 기능성이 강화된 식품을 내놓는 등 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특히 무조건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건강에 기여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이금기 회장 프로필

-1959년 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1960년 일동제약 입사

-1971년 일동제약 전무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199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1996년 일동후디스㈜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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