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오바마 효과와 한국의 다문화 사회

입력 2008-11-27 02:59수정 2009-09-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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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인권위원회 황도수 위원, 정성진 위원장, 윤영철 위원(왼쪽부터)이 25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오바마 효과와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토론했다. 김미옥 기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인종의 벽이 무너졌다. 외국인 거주자 120여만 명으로 다문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작지 않다. 이주 근로자들이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는가 하면 늘어난 결혼 이민자들로 가정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배타적 민족의식과 외국인 범죄의 급증,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오바마의 당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교훈을 줄지는 미지수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5일 ‘오바마 효과와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정성진(전 법무부 장관) 위원장과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3多 사회 ‘관용의 문화’ 언론이 제시해야

―오바마의 당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함의(含意)를 살펴보지요.

▽정성진 위원장=미국 대통령에 최초로 흑인이 당선되면서 인종적 편견이 극복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단일민족 의식으로 외국인을 구분해 왔던 우리도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수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국토가 좁은 데다 인구도 과밀해 현실적 제약은 있지만, 관용과 포용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봅니다.

▽윤영철 위원=외국인 거주자 120만 명 시대는 외국인 학생이 부쩍 많아진 대학 교정에서도 실감합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안산시에는 그들만이 장을 볼 수 있는 식료품 가게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에서 다문화 사회로 변화해 가는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고 보면 언론도 외국인 관련 보도에서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필요합니다.

▽황도수 위원=20세기 중반만 해도 미 연방대법원이 ‘분리하지만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는 판결로 흑백 차별을 공공연히 인정했지만 반세기 만에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변화를 낳았습니다. 1970년 새마을운동을 시작한 우리도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가 국가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개념으로 힘을 발휘했지요. 하지만 40년에 걸친 경제사회 발전으로 외국인의 국내 거주가 크게 는 만큼 이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닌 포용과 통합을 지향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문화 시대의 정책적 과제를 짚어 볼까요.

▽정 위원장=외국인 거주자 문제는 국가 정책적으로 큰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20여만 명의 불법 체류자들을 강력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력을 보완하는 경제사회적 현실 및 인도적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고민 간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인권조례’ 제정 의지를 밝힌 안산시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려는 성숙한 문화국민 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인도주의적 요구와 법치행정의 조화를 꾀하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됐습니다만 정책이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실정이어서 아쉽습니다.

▽윤 위원=언론이 외국인을 범죄나 화제,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동반자나 공존하는 사람으로 폭넓게 조명해야 합니다. 미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를 불러온 조승희의 부적응 사례에서도 보듯 자칫 사회적 참여의 길이 막히면 좌절을 겪게 됩니다. 그런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언론의 사회적 환기 역할이 요구됩니다.

▽황 위원=우리 역사교육에 등장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개념이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다문화 사회의 이슈로도 변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경제가 어려운데 자칫 핑계의 대상이나 희생양을 외국인에게서 찾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언론 등이 흑인 대통령 당선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운 KKK단이나 나치의 부활 조짐이 나타나자 경계의 눈길을 보낸 것은 긍정적 역할입니다.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 방향은….

▽윤 위원=외국인 인권 침해를 다루는 보도를 보면 감정이 과잉 개입된 어휘가 자주 눈에 띕니다.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고정관념을 키워 한국의 사회병리 현상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은 우려됩니다. 우리도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각광을 받는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겠지요. 범죄나 화제 중심이 아니라 긍정적 적응과 기여, 성공담 등을 함께 아우르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황 위원=외국인 범죄라고 해서 편견이 작용해서도 안되겠지만,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으로 다뤄서도 안됩니다. 우리 사회 일반에 적용되는 보도와 같은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다’는 것이 죄가 아니고 발전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면 포용력 있게 접근하는 보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정 위원장=일본의 경우 불법 체류에 대한 법 적용이 엄격한 편인 데 비해 우리는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인도적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온정적인 법 적용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도적 정책적 배려는 하되 적법과 불법은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정부가 다층적 종합적 지속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언론도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심층보도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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