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리포트]이방인 발길 붙잡는 ‘문화 용광로’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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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초밥 집에서 무엇을 집을까 고민하듯, 중국 상하이에서는 어떤 언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만큼 마주치는 사람들의 국적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국제도시 상하이에서 생활하다 보면 중국어 말고도 다른 나라의 말을 어느 정도 배우게 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이방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 상하이. 관광지와 거리는 물론 사무실과 식당, 그리고 대중교통에도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난다.

상하이에 오래 살고 있는 이방인들은 대부분 유학생, 직장인 등의 신분이다. 그들은 새로운 삶의 시작과 중국어 습득을 위해, 까만 눈망울과 긴 생머리의 동양 여성이 좋아서, 동방의 정서에 매력을 느껴, 심지어 여행왔다가 그냥 눌러앉아 버렸다는 등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상하이에 녹아들어 서로 섞이고 부대끼며 살고 있다.

이방인들은 저마다의 문화를 들고 상하이에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가져온 외래문화는 현지인들과 접촉하면서 상하이만의 색깔로 재창조된다. 마치 화선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발라놓은 듯 말이다.

상하이는 일찍이 바다 건너 먼 곳들과의 왕래가 빈번해 국제도시로 두각을 나타냈다. 오늘날엔 외세의 통치가 남긴 슬픔의 잔재들을 하나의 이국적 면모로 승화시킨다. 이방인들을 상대하거나, 이방인들이 직접 경영하는 업소가 도시 전역에 자리잡으면서 상하이는 홍콩, 싱가포르와는 또 다른 형태로 동서양이 결합된 문화를 뿜어낸다. 상하이의 바와 클럽 같은 밤 문화 장소에서 이 같은 특징을 쉽게 느껴볼 수 있다.

중국은 빈부의 격차가 굉장히 크다. 수많은 부호가 존재하면서도 빈민 또한 많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가는 아직 싼 편이다. 그중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있고, 중국 내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상하이를 이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즐길거리의 폭과 질은 수준급이지만, 그에 반해 낮은 물가는 이방인들이 상하이에 머물면서 입을 모아 외치는 장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요즘 상하이의 물가도 많이 올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인민폐 가치의 급상승까지 겹쳐 물가가 오른 것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쯤 되면 이방인들이 하나 둘 떠날 법도 한데 떠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만 가는 듯하다.

그래서 생각인데, 상하이만의 독특한 향기와 낮은 물가 외에도 떠나려는 이방인들의 옷자락을 붙잡아 유혹하는 상하이만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황석원 sukwon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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