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책읽기 통해 꿈과 희망 전해요”

  • 입력 2008년 7월 24일 02시 49분


“동화구연은 책을 재미있게 읽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생생한 목소리에 실린 현장감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그 신비로운 세계를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먼 길도 힘들지가 않아요.”

동화구연가 윤경희(50·사진) 씨는 매주 한 번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 캠페인을 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학교마을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후원단체도 없던 2002년 무렵부터 함께해왔다. 때론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때론 배를 타고 섬 마을로 들어가며 찾아다닌 곳이 40여 군데에 이른다.

그는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시골 아이들은 책의 중요성도, 큰 꿈의 소중함도 모르고 지내기 마련”이라며 “학교마을도서관이 새 책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모르던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동화구연은 실제로 책을 재미있게 느끼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강당에서 듣게 된 동화구연에 매료돼 막연히 꿈을 키워왔다”는 윤 씨는 1993년 어머니동화구연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동화구연가로 활동했다. 현재 그가 부회장으로 있는 색동어머니회(동화구연가 단체)에서 후배 10여 명이 학교마을도서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6년 넘게 전국을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곳도 많다. “전남 신안군 증도마을도서관 개관식 때 맨 앞에서 유난히 열심히 듣던 아이가 있었어요. 동화구연을 배우고 싶다기에 조금 가르쳐주니 곧잘 따라하면서 ‘또 다른 동화 세계를 알게 됐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없었죠.”

가슴 아픈 기억도 있다. “어느 해인가 강원도 수해지역 학교에 갔을 때 동화구연을 해도 아이들이며 어른이며 반응이 전혀 없던 적이 있었어요. 교과서도 다 떠내려갔고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책이냐면서….”

하지만 책 속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러 편의 동화를 들려주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고 나중에는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그는 “어른들의 얼굴이 여전히 어두워서 마음 한편이 무겁고 답답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용기를 얻었다”면서 “이런 게 책의 힘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태교동화 전국 순회강연, 대학 출강 등을 하고 있지만 학교마을도서관 동화구연 활동을 첫손에 꼽는다. 그는 “동화구연을 통해 우리말 살리기에도 일조하고 책이 주는 희망과 꿈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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