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사람]<30>유럽자기박물관 복전영자 관장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나폴레옹 쓰던 금잔 보러 오세요”

크리스티-소더비 경매장도 30여차례나 ‘발품’

“좋은 작품 함께 나눠야” 부천시에 876점 기증

18세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 자기를 비롯해 중국의 청화백자, 일본의 다색채 자기 등 진귀한 작품을 모았다.

경기 부천시 유럽자기박물관 관장 복전영자(62) 씨는 젊은 나이에 유럽 자기에 심취해 남편과 함께 뉴욕과 런던의 경매시장을 찾았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남편은 유럽 자기에 별 관심이 없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고급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원했다”며 “(내가 유럽 자기에 빠져)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많은 시민이 박물관을 찾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 국보급 유럽 자기 경매를 통해 수집

2003년 5월 문을 연 유럽자기박물관은 부천종합운동장 안에 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백색 자기를 개발한 독일의 마이센 등 903점의 진귀한 유럽 자기와 크리스털(유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친이 수집한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보면서 유럽 자기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1967년부터 유럽 자기와 일본 도자기를 모았다.

뉴욕 크리스티와 런던 소더비 경매시장을 30여 차례 찾아다니며 유럽 자기를 수집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유럽 자기는 화려하면서도 역사를 담고 있죠. 보면 볼수록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죠.”

그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수집한 자기 중에 가짜가 많아 마음고생을 한 뒤 아예 작품을 보증하는 경매시장을 찾아 유럽 자기를 수집했다.

박물관 전시 작품 중 ‘평화의 화병’(19세기 프랑스·세브르)은 20년 전 구입 당시 항공수송료(보험료 포함)만 800만 원이 들었다.

나폴레옹이 사용한 금으로 만든 샴페인잔도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세계에서 6개밖에 없는 장식인형인 ‘나무위의 새’(19세기 독일·마이센) 중 2개도 전시하고 있다.

○ 기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유럽 자기

“나이가 들면서 유럽 자기를 혼자만 감상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시민이 감상하도록 기증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2002년 4월 경기 부천시와 유럽 자기 기증 협약식을 갖고 876점을 기증했다.

유럽 자기에 조예가 깊은 당시 원혜영(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부천시장은 그에게 “아끼는 자기 중 5점은 빼고 기부하라”고 말할 정도로 기증 작품 중 고가가 많다.

2005년 3월에는 경북 김천시에도 1000여 점을 기증했다. 고가의 자기를 사겠다는 재력가가 많았지만 사양했다.

전국 10여 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가 기증을 받으려고 신청했지만 유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고 관리를 잘하겠다는 뜻을 진솔하게 보여준 김천시를 골랐다.

개관 5주년을 맞아 ‘유럽 자기의 놀라운 발자취’란 특별기획전이 8월 말까지 열린다. 실크로드를 따라 동서양 자기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박물관은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다. 2003년 ‘황홀한 크리스털의 세계’ ‘유럽 자기 인형전’ ‘한국 도자기와 유럽 도자기의 만남’ 등 기획 전시를 열었다.

또 유럽 자기 인형 제작 과정 시연 및 교육강좌와 비스크인형 제작 과정 체험교실을 운영했다.

복전영자 관장은 “공립박물관으로 등록된 유럽자기박물관이 문화지식을 전달하는 중심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