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쇠고기 협상 파동과 독자의 알 권리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최영미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7일 좌담회를 한 뒤 촛불시위가 시작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을 둘러보았다. 박영대 기자
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최영미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7일 좌담회를 한 뒤 촛불시위가 시작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을 둘러보았다. 박영대 기자
《한미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정부의 추가협의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불법 거리시위로 사태는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이번 파동은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대응을 잘못해 빌미를 준 측면이 크지만 객관적 진실에 대한 언론의 정보 제공 역할 미흡, 일부 방송의 선정적 보도와 인터넷을 통한 ‘광우병 괴담’의 확산, 과학적 논제의 정치적 이념적 논쟁으로의 변질, 사회에 만연한 신뢰의 위기 등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7일 ‘한미 쇠고기 협상 파동과 독자의 알 권리’를 주제로 좌담회를 했다. 정성진(전 법무부 장관) 위원장과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도수(변호사) 최영미(시인) 위원이 참석했다.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신문이 방송-인터넷 선정성 냉정히 걸러줘야

―쇠고기 파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윤영철 위원=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확률적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강조한 반면에 국민은 과학적 잣대보다 ‘과연 안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데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실망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방송의 선정적인 보도와 인터넷에서 번진 비이성적인 내용 등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겠죠.

▽정성진 위원장=이번 사태는 인터넷 여론의 힘, 정부와 국민의 소통, 사회 전반의 신뢰 회복 등의 복합적인 과제를 던졌습니다. 정부의 정책 집행과정과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 전문가의 역할 등 사회 각 분야가 자신들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정밀하게 짚어보고 교훈을 얻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황도수 위원=정부가 미국과 추가협의를 해 성과가 있었던 만큼 촛불시위가 줄어야 당연한데 오히려 도로 점거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경제 살리기 등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영어몰입 교육이니 숨바꼭질하는 대운하 정책 등으로 너무나 크게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선진화된 사회에서 거리로 나오는 현상은 감정적 흐름으로 갈 우려가 큰 만큼 대단히 위험합니다.

▽최영미 위원=촛불집회는 광우병이 계기가 됐지만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 등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민감한 국민 정서를 계속 건드려온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집회에 10대가 많이 참여한 특성을 보였는데 이들의 부모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녀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좋다 싫다’ 등 자기의사 표현이 분명한 특성이 부모와 자녀 간에 정서적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고 보는지요.

▽윤 위원=약자와 강자의 대립 구도에서 약자가 정당하고 강자가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 분노는 폭발하는 법입니다. 국민 정서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대통령 발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 정부는 양해를 구하는 과정 없이 너무 당당하게 나갔습니다.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도 정파적으로 흐르면서 상호 불신을 확산시켰습니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진실된 보도를 할 때 국민의 알 권리가 지켜집니다.

▽황 위원=광우병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나 실태를 언론이 적시에 제공했는지 의문입니다. 국민이 인터넷 댓글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감정적 문구나 유언비어에 흔들리고, 과학적 문제가 정치적 이념적 분쟁으로 번지면서 국민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불신의 벽이 높은데요.

▽최 위원=이번 사태는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안기지 못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만큼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만,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사회에 팽배한 불신을 거둬들이고 한 단계 성숙하자면 정부는 자기 독선에서 벗어나고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윤 위원=국민이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어떤 사안을 판단하기보다 편식 현상을 보이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10대의 경우 이 같은 언론 편식 현상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뉴스 소비 행태가 특정매체에 국한되고 종이신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꺾어서 보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 매체들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언론 시스템을 연구해볼 시점입니다.

▽정 위원장=방송과 인터넷이 선정적이고 다소 과장된 보도를 하더라도 종이미디어는 이를 냉정하게 걸러주는 ‘문지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과 영역 간 이익 관계를 앞세운다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공익을 추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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