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것까지]<4>경보화석박물관 강해중 관장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30년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발견된 소나무 규화목의 줄기 부분. 강해중 관장 뒤편 사진이 발견 당시 모습이다.
30년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발견된 소나무 규화목의 줄기 부분. 강해중 관장 뒤편 사진이 발견 당시 모습이다.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모래 화석. 불규칙한 결정 모양이 마치 한 송이 장미꽃처럼 보인다.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모래 화석. 불규칙한 결정 모양이 마치 한 송이 장미꽃처럼 보인다.
“원래는 예쁜 돌을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그런데 한 선배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죠. 모든 생명은 죽으면 썩기 마련인데 물고기 화석이 말짱한 거예요. 그 선배는 미국에서 지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잠시 귀국했는데 동료들이 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하며 화석을 알선해 준 거였죠.”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경보화석박물관을 운영하는 강해중(67) 관장도 그 연줄을 타고 각국의 화석 수집에 나섰다. 강 관장이 34년의 세월 동안 세계를 누비며 수집한 화석은 무려 8000점. 이 가운데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이다.

“한번 만져 봐요. 푹신하죠? 근데 요건 어때요. 딱딱하죠? 앞의 것은 화석이 덜 된 것이고, 뒤에 것은 완전히 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어딜 가도 이렇게 다양한 규화목을 만날 수는 없을 겁니다. 식물의 진화사를 연구하려면 우리 박물관에 꼭 와야 해요.”

보통의 나무는 죽으면 썩어서 형체가 사라지지만 규화목은 진흙이나 모래, 화산재에 빠른 속도로 묻힌 것이다. 그 뒤 지하의 광물질이 세포 사이에 침전되면서 원래의 나무 성분은 사라지고 나무의 나이테 같은 뼈대만 남는다.

관람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규화목이 시선을 압도한다. 길이 24m의 소나무 규화목이다. 30년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구입한 화석으로 뿌리를 포함해 모두 여섯 덩이. 한 덩이가 10∼20t이나 된다.

“이렇게 큰 화석은 예전이니까 국내에 들여왔지 요즘 수집상들이 보면 밀수품으로 오해할 겁니다. 당시에도 너무나 큰 화석이어서 국내 세관에서 걸렸죠. 국내에 없는 문화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데 어렵게 하면 되느냐고 설득했어요. 또 전희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연구와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들여올 수 있었어요.”

다른 화석들도 남달리 크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비너스의 진주’란 제목을 달고 있는 대왕조개 화석이다. 아이가 눈썰매를 타도 될 만큼 커다란 조개에는 커다란 진주도 놓여 있다.

“혹시 별똥별을 보았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별똥별을 가까이서 구경한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놀랍게도 강 관장은 수장고에서 별똥별을 꺼내 왔다.

“울퉁불퉁 못생긴 쇳덩어리이지만 이게 우주에서 날아온 쇠예요. 무척 무겁죠.”

2000년 강 관장은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태국으로 날아갔다. 화석이나 운석이 발견되면 지금도 각국의 수집상들에게 연락이 간다.

강 관장이 화석 수집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문화재는 언제든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나올 수 있지만 화석은 자연이 만들어낸 우연의 예술품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같은 물고기라도 화석 속 물고기는100마리가 모두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영덕=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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