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 인사 검증 보도와 인권

입력 2008-02-29 02:56수정 2009-09-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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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김일수 위원장, 양우진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인사 검증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미옥 기자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3명이 인사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다.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이 문제를 더 키웠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기본 임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하자 있는 인물을 미리 걸러내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한 인선 작업이 그런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7일 ‘인사 검증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양우진(영상의학과 전문의)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인사 검증 시스템부터 살펴보지요.

▽김일수 위원장=정권 교체기에 공적인 사정기구를 적극 활용하기 어렵다는 검증 시스템의 미비를 먼저 들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정권 창출의 기여도를 감안한 논공행상이나 정치 노선이라는 요인이 저변에 깔리면서 제대로 된 내부 검증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인상이 듭니다.

▽윤영철 위원=이번 인사를 보면 선진국과 같은 검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재력이나 경력이 화려한 동질적 사회집단에서 ‘그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그들끼리의 기준’이 작용하면서 장관 후보자 인선과 국민 정서 사이에 큰 괴리를 보였다고 생각됩니다.

▽양우진 위원=인사 때마다 부동산 병역 이중국적 등 똑같은 문제로 낙마하는 사태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제 그런 기초적 도덕성은 물속 검증으로 미리 걸러내고 물 밖에서는 능력과 자질에 잣대를 들이대는 선진 시스템을 갖출 시기라고 봅니다.

▽황도수 위원=공무원 부정에 대한 과거 경험들이 장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보다는 시시콜콜 개인사를 뒤지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장관이 되기보다는 정권에서 훈장을 줘 장관이 된 것이라고 국민이 생각하면서 언론도 사적인 영역을 더욱 파고들게 된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증 보도에 문제는 없었을까요.

▽윤 위원=언론의 검증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언제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하마평이 떠돈다고 감성적 선정적인 검증 보도를 한다면 후보자로 발표되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자질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사생활을 캐거나 흥미 위주로 흐른다면 독자의 관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인권 침해의 우려가 큰 만큼 유의해야 합니다.

▽양 위원=‘국민정서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들만의 사회에서 그들만의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국민 정서도 사람마다 시대마다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의 능력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재산이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국민 정서를 호도하지 않도록 언론도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김 위원장=국민 정서와 간극이 크다고 해서 부풀려진 기준으로 확대 보도하는 함정에 빠진다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 검증은 국민 정서보다는 법에 의한 검증이 되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국민 정서는 ‘(인사 대상자를) 국민의 의식에 넣어서 한번 걸러 봐라’ 하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또 인사권자가 자신만의 기준이나 독선에 빠지지 말고 겸손하게 인사 검증을 하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인사 검증 보도에 대해….

▽황 위원=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의 출신과 함께 재산이 ‘평균 39억 원’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내각’ 등의 신조어로 내각 전체의 인상을 ‘낙인찍는’ 여론 왜곡 현상을 빚었습니다. 단순히 재산의 많고 적음보다는 재산 형성 과정의 위법성을 따지는 성숙한 검증 보도가 요구됩니다.

▽윤 위원=인사 대상자들도 “땅을 사랑해서” “오피스텔 선물” “30억 원 정도는 양반” 등으로 반응해서는 국민 정서가 분노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이런 말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검증 시스템에 이들과 다른 삶을 살아온 서민도 참여시켜 보면 어떨까요. 언론도 불에 기름 붓기 식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국민 정서를 이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양 위원=인사 검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접근시켜 가느냐 하는 과제 역시 언론이 고민해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가’를 보도할 필요도 있겠지만 ‘어떻게 일할 사람인가’에 대한 보도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이 인사 대상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사를 대하는 국민 정서도 한 단계 성숙하겠지요.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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