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학력 위조-신정아 사건보도와 인권

입력 2007-09-19 03:03수정 2009-09-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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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김일수 위원장, 양우진,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17일 본사 회의실에서 ‘학력 위조, 신정아 사건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미옥 기자
알권리 만큼 사생활도 보호 받아야

《학력 위조로 출발한 ‘신정아 사건’이 스캔들 또는 게이트로 번져 가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선정·반(反) 인권적 보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는 17일 본사 회의실에서 ‘학력 위조, 신정아 사건 보도와 인권’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일수(고려대 법대 교수) 위원장과 양우진(영상의학과 전문의)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사회=송영언 독자서비스센터장》

―학력 위조 관련 보도부터 살펴보지요.

▽윤영철 위원=적극적인 학력 위조가 아닌데도 한 묶음으로 휩쓸려 간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경중(輕重)을 구분하지 않고 흥미를 자극하는 선정주의적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낸 결과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 사람들도 생겨났지요. 학위와 관련한 사회의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든지 철저하게 검증하지도 또 검증되지도 않는 풍토까지 함께 지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일수 위원장=사회적 병폐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다각적으로 조명해야 할 사안인데도 개인 비리나 스캔들 차원에 포커스를 맞춰 온 점이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지명도를 가진 인사들의 관련성만 부각되면서 개인적 측면만 강조되고 말았습니다. 사회 전체적 차원의 맥락을 짚어 가는 데 소홀했다고 봅니다.

▽양우진 위원=여러 보도를 보면서 총체적으로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일부 연예인은 위조하거나 사칭한 게 아니라 그저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방조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과오를 저질렀을 뿐이라는 판단입니다. 이 같은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학력 위조로 뭉뚱그려 호도하는 위험성이 엿보였습니다.

―신정아 사건 보도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 보지요.

▽황도수 위원=신정아-변양균, 신정아-제3의 인물 관계에서 더 큰 ‘몸통’에 대한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이번처럼 자극적인 호기심을 끝없이 불러일으킨 사건도 드물다고 봅니다. e메일 내용 공개 등 검찰의 부적절한 행태는 언론의 확대 보도에 불을 붙여 개인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말았습니다.

▽윤 위원=스캔들과 권력의 개입, 나아가 대학·예술계·문화계 등이 고루 관련되다 보니 최고의 흥행 요소를 갖추었다고 봅니다. 상업적 가치와 흥미요소를 두루 갖춘 데 따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누드 사진 게재라는 ‘선정주의의 결정판’을 낳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언론과 정권의 대립이라는 정파적 적대성까지 가미되면서 사실 확인조차 결여된 위험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 위원=가짜 학위로 임용됐으니 현재로서는 업무방해 정도의 범법 행위로 판단되는데, 사적 관계 위주로 추적해 가면서 주(主)와 부(副)가 뒤바뀌는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신 씨의 사생활과 인격권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보도된 내용으로만 본다면 신 씨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그야말로 ‘마녀’ 그 자체로 여겨집니다.

▽김 위원장=상황의 전개 과정이 스캔들로 폭발 가능한 속성을 지닌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사법 당국의 수사 진척에 따라 보도해야 하고, 확정판결 후에야 단정적인 보도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언론이 앞장서서 확대해 나가면서 과도하게 독자들의 상상력을 부풀리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사적인 내용의 e메일을 공개한 데 이어 남녀의 사진을 대칭되게 나란히 세운다거나, 두 사람의 주거지역 거리를 재 보는 등 묘한 상상력을 부추기는 분위기를 보였으니까요.

―알 권리도 충족시키고 언론의 품위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김 위원장=추측 보도는 알 권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알 권리의 대상도 아닙니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추측을 앞세운다면 사생활 침해의 폐해만 확산시킬 따름이지요. 뜨거운 관심사라는 독자들의 열망과 감정만 충족시키려고 상업적 이윤 추구에 매달려서는 언론으로서의 공적인 당위성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클릭 수를 늘리려 하기보다 정도(正道)를 지켜 나가려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황 위원=독자의 수요가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거기에만 부응해 가려는 보도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적(性的) 대목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을 변화해 나가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성적 도덕적으로 닫힌 사회를, 금기(禁忌)까지 건전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회로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양 위원=이번 사건의 보도를 보면서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 권리도 품위를 유지할 때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알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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