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속 오해와 진실]당뇨병, 단 음식 탓 아닙니다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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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들은 ‘단것을 너무 먹어 당뇨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는 나이 많은 당뇨 환자에게 달고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단 음식이 당뇨병을 일으킬까?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한의학에서는 당뇨병을 ‘소갈(消渴)’이라고 본다. 소(消)는 소화가 빠르다, 태워서 없앤다, 마르게 한다는 뜻이고 갈(渴)은 갈증으로 물을 마시게 된다는 뜻이다. 몸속에 열이 많아져(조열음허·燥熱陰虛) 생기는 증상이다. 당뇨 환자들은 물을 많이 마시고(다음·多飮), 밥을 많이 먹고(다식·多食),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다뇨·多尿).

이런 설명은 양의학과도 비슷하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혈당 조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생긴다. 인슐린이 너무 적게 분비될 때, 혹은 너무 많이 나와 혈당을 분해하지 못할 때 피 속에 혈당이 많이 남게 된다. 남은 혈당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몸 안에서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할 영양분이 소변으로 나가니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하고 입이 마르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한·양방은 이런 병증의 원인을 비만, 스트레스, 무절제한 음식 섭취, 육체 피로, 선천적 요인 등으로 보고 있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혈중 당의 농도가 높아져 당뇨환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 이런 음식을 자주 먹으면 비만해져 간접적으로 당뇨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음식이 당뇨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단 음식만 먹지 않는다고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당나라의 의학서 ‘외대비요’는 소갈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배가 부른 채 자거나 오래 앉아 있으면 수명이 짧아지니,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식사 후에는 산책을 해서 소화시킨 뒤 휴식을 취하며, 야식을 금하고, 음식은 항상 배가 고픈 듯한 느낌이 들도록 소량을 자주 섭취하라.’

평범한 처방이지만 바쁜 현대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생활습관병’만큼 고치기 어려운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김상우 박사 한의사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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