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속 오해와 진실]신장, 너 참 오지랖도 넓구나

  • 입력 2007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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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서 “신장이 좋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멀쩡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한의사가 ‘돌팔이’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신장에 대한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해부학적인 의미에서 신장을 포함해 방광, 부신, 갑상샘(갑상선), 가슴샘(흉선), 생식샘(생식선), 뇌하수체, 땀, 귀, 골수, 뼈, 허리, 이, 수염 및 머리카락, 목소리, 침, 대소변 등을 포괄한다. 신장이 허약해지면 이런 포괄적인 기능이 나빠진다고 한의학은 보고 있다.

4대가 함께 사는 A 씨 가족의 예를 들어보자.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 가족들이 말을 걸면 “뭐라고?”라고 되묻는다. 할머니는 기침만 해도 소변이 찔끔찔끔 나온다. 아버지는 “내가 요즘 양기가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달고 산다. 어머니는 수시로 소변이 마려운 증상이 있어 장거리 여행을 힘들어한다. 20대 후반의 누나는 툭하면 얼굴이 부어 걱정이며 고교생인 남동생은 몽정을 자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네 살짜리 조카는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자주 눈다.

A 씨 가족은 한의원에서 모두 신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이명, 할머니는 요실금, 아버지는 양기 부족, 어머니는 소변불리(오줌소태), 누나는 부종, 동생은 몽정, 조카는 야뇨증으로 병명이 다르지만 원인은 한 가지다. 물론 증상이 다르니 처방은 다르다.

한의학은 음양오행론을 기초로 해서 인체를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생명현상을 오장과 육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

오장은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장은 수분대사를 관장하고(신주수·腎主水), 뼈 골수 치아 등을 주관하고(신주골·腎主骨), 허리를 관장하고(腎主腰), 털을 관장하며(신주발·腎主髮), 대소변을 주관하고(신주이음·腎主二陰), 목소리를 관장한다(신주성음·腎主聲音). 또 인체의 성장, 생식, 노화도 신장의 기운(신기·腎氣)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신기는 신기(神奇)하다. 서양의학은 귀가 안 들리면 귀의 기능상의 문제로 보지만 한방은 몸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보고 원인을 찾는다. ‘신장’이란 단어 하나에서도 양한방의 개념과 상상력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김상우 박사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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