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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 2006년의 초상]<3>남편 집으로, 아내는…

입력 2006-11-18 02:57업데이트 2009-10-0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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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50대, 남자도 여자도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 그러나 폐경이라는 신체 변화를 겪는 50대 여성이 동창과 이웃 등을 통해 활기차게 ‘바깥 생활’을 찾으며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데 비해 남성들은 회사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상실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축되기 십상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50대, 남자도 여자도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 그러나 폐경이라는 신체 변화를 겪는 50대 여성이 동창과 이웃 등을 통해 활기차게 ‘바깥 생활’을 찾으며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데 비해 남성들은 회사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상실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축되기 십상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딸 셋을 키운 주부 이자정(57·서울 성동구 성수동) 씨는 2년 전 막내딸이 대학에 들어가고 연이어 큰딸까지 시집간 뒤 삶의 여유를 찾았다. 살림에만 매여 살던 이 씨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요가부터 사교댄스까지 섭렵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여성센터에서 6개월간 한자자격시험을 준비해 3급을 취득하기도 했다. 요즘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초등학생 4명을 집에 모아 무료로 한자를 가르친다.

“결혼 이후 가족에만 매여 살다가 나를 위해 뭔가 한다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이 나이에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또 가르치면서 얻는 보람은 돈으로도 못 사죠.”

시중은행 지점장인 주모(52) 씨는 요즘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집 근처 요리학원으로 향한다. 손가락 베여 가며 예비 신부들이 주로 다니는 기초반을 끝냈고 지금은 한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

“집사람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오라면 아무 말도 않고 다녀와요. 더 늙어서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죠.”

50대의 남녀는 쌍곡선을 그린다. 남자의 50대가 하강곡선의 시작이라면 여자의 50대는 상승으로 접어든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신경정신과) 교수는 “50대부터 부부관계가 종속적인 위치에서 평등 관계로 바뀐다”면서 “사회에서도 역할이 역전되는 경우가 많아 서로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자는 하강곡선, 여성은 상승곡선

공기업 부장인 이진두(54) 씨는 요즘 자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끓는다. “아비 말은 듣지도 않고 용돈 주는 엄마한테만 가서 아양을 떤다”는 것.

‘월급봉투’가 있던 시절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월급봉투 던지며 폼 잡는 호기라도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흘러간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나이가 50줄에 접어들면 가정에서의 남성(아버지) 경쟁력은 여성(어머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철마다 김치도 담가 주고 밑반찬도 갖다 주고 손자도 봐줄 수 있는 엄마에 비해 아버지는 마땅히 해줄 게 없어 ‘효용가치’에서 한참 뒤지는 것이다.

주류회사 영업부장으로 일하다가 3년 전 퇴직하고 집 근처 상가에서 야간 경비원을 하고 있는 곽모(57·경기 부천시 오정동) 씨는 “집사람은 친구들과 단풍놀이다 운동이다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나는 어쩌다 낮에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 서먹서먹해 서글프다”고 말했다. 본보와 엠브레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0대 남녀의 파워 역전 현상은 단적으로 드러난다. 향후 믿고 의지할 대상으로 남성은 68.8%가 배우자를 꼽은 반면 여성은 43.8%에 그쳤다.

일에 쫓겨 집 밖으로만 맴돌던 남편, 아이들 뒷바라지와 집안 대소사에 매여 있던 아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평행선을 그리며 달려 오던 여자와 남자가 50대 초중반이 되면 가족관계와 사회적 지위에서 서로의 별을 갈아타는 것이다.

주부 정정자(56·서울 강동구 둔촌동) 씨는 50대 초반 폐경을 맞고 요실금까지 겹친 뒤 4년 넘게 우울증에 시달렸다. 호르몬제와 항우울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정 씨에게 올해 초 큰딸(25)이 온라인 상점을 차려 줬다. ‘뜨개질 솜씨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나니 엄마 작품을 팔아 보라’는 것이었다.

한 달간 만든 손뜨개 유아복을 딸이 인터넷에서 팔아 37만 원을 쥐여 주던 날 정 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남편도, 애들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폐품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 일을 갖고부터는 인생을 새롭게 사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회사인간’이었던 50대 남성들이 퇴직 후 집 안에 들어앉아 관계의 단절을 겪는 반면 50대 여성들의 ‘네트워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자녀의 학업 뒷바라지가 끝나고 봉양할 부모도 세상을 떠나면 동창, 계, 이웃 등 각종 그물망을 통해 본격적인 ‘바깥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117만 명이던 50대 여성 취업자는 올 5월 154만 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50대 초반은 ‘남편의 퇴직 때문에’나 ‘자녀 사교육비를 위해서’ 등 생계형 취업이 많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자아실현을 위한 취업이 많다는 점이 특징.

취업전문기관 인크루트의 최승은 팀장은 “50대 여성은 단순 노동이나 비정규직이 많긴 하지만 50대 남성이나 젊은 여성에 비해 취업 기회가 훨씬 많다”면서 “가사나 자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50대 후반 여성들은 돈은 얼마를 벌든 일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활력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사회부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교육생활부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문화부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50대 이 고비를 넘겨라 여성의 상실감, 남성의 무력감

‘55세 주부인 K 씨는 요즘 조용한 바닷가에서 삶과 이별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4년 전 월경이 없어졌다. 2년 전 은행원이었던 남편이 퇴직했고 작년 가을에는 딸이 결혼했다. 폐경 직후에는 쉽게 피곤해지고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지더니, 요즘은 만사가 다 귀찮다.’

삼성서울병원 유범희 정신과 교수가 예로 드는 전형적인 50세 전후 갱년기 ‘주부 우울증’ 증상이다.

50대에 접어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급격한 신체적 변화를 겪고 이는 심리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퇴직이나 자녀결혼 등의 변수까지 합쳐지면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은 더욱 증폭된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주부 갱년기 우울증의 원인을 ‘상실감’ 등 사회 심리적인 원인으로 설명했지만 요즘은 신경생물학적 원인도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뼈엉성증(골다공증), 성욕 감퇴, 피부노화 등이 50대에 접어든 여성들이 의사들에게 호소하는 고민거리다. 폐경의 허허로움 때문에 밤새 울어도 위로해 주는 가족 하나 없다는 사실에 심하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50대 남성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신체적 변화는 발기부전.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여성들은 갑자기 늙지만 남성들은 30대 이후 1년에 1%씩 남성호르몬이 감소할 정도로 서서히 늙어간다”면서 “발기력 감소가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뼈엉성증도 많이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녀 모두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기억력 감퇴. 집중력이 떨어지고 치매 초기증상도 나타난다.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김선행 교수는 “50대에 접어들 때부터 건강검진을 충실히 받고 적절한 근육운동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통해 ‘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갱년기를 거치면서도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日 50대 ‘단카이 세대’는 헌신에 자부심, 은퇴엔 조바심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47∼49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 일본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고도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을 주도해 왔고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만드는 세대로 늘 주목받아 왔다.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맞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 ‘단카이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71%가 ‘단카이 세대로 태어나서 좋았다’고 응답했으며 현재의 생활에도 62%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긍정적인 면으로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가 됐다’ ‘기술 혁신과 정보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 측면으로는 ‘도덕심이 사라졌다’ ‘지역이나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은퇴 뒤의 노후생활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연금 문제와 자신 및 배우자의 건강, 생활비 등을 꼽았다. 또 자신들의 기술이나 경험이 후배들에게 전수되지 못해 일본의 제조업이 쇠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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