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하게… 재밌게… 안심놀이터]<3>외국 놀이터 디자인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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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벤쿠버 놀이터의 알파벳 홀더.
캐나다 벤쿠버 놀이터의 알파벳 홀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아기자기한 놀이터. 사람 혀 모양의 미끄럼틀, 기암괴석 모양의 조형물, 다양한 조각상 놀이기구(위에서부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아기자기한 놀이터. 사람 혀 모양의 미끄럼틀, 기암괴석 모양의 조형물, 다양한 조각상 놀이기구(위에서부터).
몰타 놀이터의 동물 조형물.
몰타 놀이터의 동물 조형물.
《똑같은 모양과 분위기의 놀이터는 노(No)! 이제 우리나라 놀이터에도 디자인의 바람이 불 때가 되었다. 멋진 디자인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이 쑥쑥 자라지 않을까? 프랑스 파리와 몰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놀이기구들은 한결같이 다양한 색상,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한 섬세한 장식, 조각품 같은 디자인이어서 놀이터가 마치 작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놀이터를 찾았다. 한가운데 커다란 꽃이 피어 있고 자동차가 들어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흔들 놀이기구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놀이터 한가운데에는 때 아닌 선박이 정박해 있고 책에서만 보던 중세시대의 성이 들어서기도 한다.

외눈박이 조형물이나 사람의 혀, 칼을 연상시키는 미끄럼틀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나라 아이들에게는 “미끄럼 타자”가 “우리 우주로 날아가 외계인의 혀를 타고 내려와 볼까?”란 말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놀이터는 마치 야외 미술작품 전시장 같았다. 유명 작가의 작품 같은 조각상 위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점령한 상태. 가만히 보니 아이들이 쉽게 오르고 내리도록 계단도 있다.

○ 펭귄 두마리로 장식한 벤치

둥근 기암괴석 같은 조형물 위를 오가는 아이들은 마치 암벽등반가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이 올라가기 쉽도록 발자국 모양으로 홈이 나 있었다. 홈에 발을 끼워 넣어 몸을 지탱하기도 쉽고 손잡이 역할도 한다. 꼭대기에 올라간 아이들은 에베레스트라도 오른 것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가득하다. 이용 가능한 연령을 표시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몰타의 놀이터는 정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색으로 옷을 입은 각종 동물 모양의 조형물이 놀이터에 군데군데 서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동물의 등에 타기도 하고 무리지어 상상놀이를 하기도 한다.

벤치도 예사롭지 않다. 펭귄 두 마리로 장식한 벤치가 재미있어 보여 보기만 해도 앉고 싶어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놀이터에 서 있는 나무 조각품들은 자연소재인 나무를 사용했는데 어린이 놀이터에 세워 놓은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직업이 쓰인 팻말에 맞춰 성별, 의복을 맞춰 보는 퍼즐 조형물들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놀이기구다.

때때로 짓궂은 아이들이 만든 치마 입은 해적이 어른들에게도 웃음을 준다.

캐나다 밴쿠버의 놀이터에는 커다란 물고기 조형물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고기 위에 올라타 마냥 즐거운 모습인데 사실 이 물고기는 작은 분수다.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한여름, 아이들에게 얼마나 기쁨을 줄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계단을 대신한 오르기 기구인 인공 홀더들도 예사롭지 않다. 밴쿠버에서는 알파벳 모양의 홀더들이 놀이터를 장식한다. 각종 알파벳 모양의 홀더들을 오르다 보면, 저절로 영어 공부가 될 것 같다.

‘어떤 알파벳을 잡아야 더 쉽게 오를까?’ 아이들은 아마 머릿속에서 신나게 알파벳의 모양을 그려 보고 있을 것이다. ㄱ, ㄷ, ㅎ…. 머릿속에 그려 본 한글 홀더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잘 어울릴 듯하다.

○ 공룡 배 속으로 들락날락

홀더를 지나 놀이터 한가운데 커다란 공룡 한 마리가 서 있다. 미끄럼틀이다. 미끄럼틀을 오르고 내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공룡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사라지는 것 같다. 이 놀이터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이 공룡 미끄럼틀은 알고 보니 이 놀이터의 마스코트였다. 프랑크푸르트의 놀이터 벽화는 한층 더 감각적이다. 놀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시멘트 담장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칠해 포인트를 주었다. 얼핏 보면 추상화 같기도 한 담장은 커다란 스케치북이 되어 놀이터를 감싸고 있었다.

놀이기구와 놀이터의 조형물들은 어느 곳에서나 같은 종류,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시원히 날려 버리는 멋진 작품이다.

미술관 같은 놀이터에서 놀면서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미적 감각을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쇠, 나무, 플라스틱, 청동 등의 다양한 재질의 기구는 아이들의 촉각을 발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며 진정한 ‘멋’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글·사진=하마리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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