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사랑도… 권력도… 헛되고 헛되도다

입력 2006-09-15 03:07수정 2009-10-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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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하는 ‘야연’의 한 장면. 장쯔이(왼쪽)는 사랑하는 우 루안(다니엘 우)의 아버지인 황제와 결혼했다가 황제가 죽고 나서 다시 그의 숙부와 결혼하는 비운의 황후역을 맡았다.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당나라가 망한 뒤 대 혼돈의 시기인 5대10국 시대. 권력 다툼은 극에 달한다.

황태자 우 루안(다니엘 우)은 아버지인 황제가 연인 완(장쯔이)과 결혼하자 상심해 은둔한다. 그런데 황제가 갑작스럽게 죽는다. 동생 리(유게)에게 암살당한 것. 새 황제 리는 형수 완을 다시 황후로 맞으려 하고 완은 사랑하는 우 루안을 살리기 위해 리와 재혼한다. 리는 자객을 보내 우 루안을 죽이려 하다 실패하고 우 루안은 황궁으로 돌아온다. 황후 즉위식에서 우 루안은 아버지의 죽음을 빗댄 연극을 하고 분노한 황제는 그를 다시 죽이려 한다. 황제가 주최하는 자정의 연회 ‘야연(夜宴)’이 시작되고, 모든 음모와 배신 욕망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21일 개봉하는 ‘야연’(15세 이상)은 ‘와호장룡’(2000년) ‘영웅’(2002년) ‘연인’(2004년)의 뒤를 잇는 대서사 무협 로맨스.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중국판, 사랑에 액션에 중국풍의 화려한 볼거리가 더해졌다.

일단 스케일과 비주얼은 입이 딱 벌어진다. 수천 개의 촛불이 빛나는 황궁 내부는 황금색과 붉은색 검정으로 꾸며졌고 우 루안의 은신처인 대나무 숲 속의 무대에는 바람이 불면 푸른 물결이 일렁인다. 황후와 궁중 여인들의 의상은 눈이 부신다. 제작비 200억 원의 대작임을 감안해도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오리엔탈 뷰티’의 극치. 그래서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환상을 심어 주는, 서양에서 더 평가받을 영화다.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얘기가 돌 정도. 그러나 볼거리가 내용을 압도하는 것도, 정작 동양인들에게는 새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액션 장면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회전해 돌려차기를 하는, 판타지 같은 느린 액션에 박진감 넘치는 빠른 액션을 조합해 완급을 살렸다. ‘와호장룡’ ‘매트릭스’의 무술 감독 위안허핑의 솜씨. 완과 우 루안의 대결이나 우 루안과 자객의 대결은 한 편의 무용극이다. 특히 핏방울이 하얀 눈 위에 흩뿌려지거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칼이 몸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 칼에 피가 맺히는 것까지 보여 주는 등 피의 이미지가 강조됐다. 권력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을까.

‘진하게’ 생긴 얼굴이 류더화를 닮은 홍콩 스타 다니엘 우도 그런대로 멋지고 특히 새 황제 역의 유게는 악역인데도 일방적으로 미워하기 힘들도록 한 여자를 진정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을 담아냈다.

중심인물은 장쯔이. 아버지와 아들, 숙부까지 사로잡은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를 연기한 그는 여전히 ‘동양적으로’ 예쁘다. 그 시대 여인들의 트렌드인지는 몰라도 팔(八)자를 거꾸로 한 모양의 반 토막 눈썹만 빼고. 뒷모습 전라까지 나오지만 가냘픈 몸매니 너무 기대는 말 것. 그는 사랑에 목을 맨 여인이기보단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때론 표독스러운 요부 같다.

영화에는 “그 어떤 독보다 강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대사가 두 번 나온다. 모든 일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한 인간의 욕망 때문에 초래된다. 화려하게 타오르던 욕망의 불꽃이 꺼지고 나면 깨닫게 된다. 권력도 무상, 애욕도 무상, 인생 자체가 무상이라는 것을.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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